앞으로 500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 국유재산을 매각할 때는 반드시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8년 내려놓은 대통령의 국유재산 매각 승인권을 17년 만에 원상 회복하는 조치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국유재산 처분 기준’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 시절 늘어난 헐값 매각 논란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우선 정부는 100억 원을 초과하는 고액 국유재산을 매각할 때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부동산분과위원회)를 거치도록 하고 500억 원 초과 국유재산은 국무회의에 올려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받도록 했다. 그간 국유재산 관리를 총괄해온 기재부의 힘은 빼면서 국유재산 관리 전반을 대통령실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관가는 이번 조치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위원회 및 대통령실과 사전 교감하에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국유재산 처분 기준 개정안을 제출한 것은 올해 8월 말이다.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의 전격적인 국유재산 매각 전면 중단 지시가 내려지기 두 달여 전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유재산 헐값 매각 논란을 키우기 전부터 자체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나름의 해결 방안도 마련했던 셈이다.
이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기재부는 각 부처의 국유재산 관리·처분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윤석열 정부 당시 상당한 국유재산 헐값 매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윤석열 정부 3년간 국유재산 매각액은 이전 정부 3년 치의 7배 수준으로 늘어났지만 낙찰가율은 오히려 70%대까지 떨어졌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기재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매각 국유재산은 180억 원에 불과했고 감정가 대비 낙찰가는 104%였다. 2023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매각 규모가 급증(2024년 기준 2248억 원)한 가운데 낙찰가율은 78%로 급락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기업 관계자는 “매각 시점을 대외적으로 못 박아놓은 채 매수 의향자와 제대로 된 가격 협상이 될 리 만무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특혜 제공 등 문제가 확인된 경우 검경 합동 수사 등을 통해 법적 책임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계약 취소 등 원상 회복까지 열어두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매각하는 사유가 진짜 불가피한 경우인지 또는 가격이 너무 싼 것은 없는지 전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어떤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보완하는 작업을 하면서 제도 개선도 하려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