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제시했다. 이는 6개월 전 자체 전망했던 2.9%보다 0.1%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KIEP는 1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6년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우선 KIEP는 한달 여 남은 올해 세계 경제가 연간 3%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세 충격 등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선방하면서 지난 5월 전망한 2.7%보다는 0.3%포인트 올려 잡은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5~2019년 연평균 성장률(3.4%)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KIEP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역시 올해와 같은 3%에 그칠 것으로 봤다. 우려했던 급격한 침체는 피했지만 완만한 둔화 흐름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속된다는 얘기다. 그나마 종전 전망보다 1%포인트 상향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주요국 간 일부 관세 합의와 비교적 양호한 주요국의 내수 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1%로 제시한 바 있다.
KIEP는 내년 세계경제를 ‘완충된 둔화, 비대칭의 시대’로 규정했다. 안성배 KIEP 대외협력부원장은 “각 국이 공급망 재배치, 수출 다각화, 마진 흡수, 기술투자 확대 등 다양한 대응을 통해 경기 하방 압력을 일부 방어한 결과 당초 우려보다는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둔화 흐름 자체를 막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차원에서의 정책 공조가 미흡한 가운데 각 경제주체의 여건과 대응 능력 차이에 따라 국가별·부문별 성장률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했다.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는 △신관세·무역질서 급변 △재정여력 약화와 위기 대응능력 저하 △인공지능(AI) 등 기술 투자 쏠림과 금융시장 혼란 및 투자 위축 등이 거론됐다.
주요 국가별로는 내년 미국이 견조한 내수 등에 힘입어 1.6%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현지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가 강화되는 데다 미중 관세 갈등의 영향이 완화되면서 기존 전망 대비 0.2%포인트 상향된 4.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리라고 봤다. 일본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1.1%, 내년이 0.6%로 제시됐다. 이대로라면 올해 일본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역전할 수 있는 셈이다.
환율에 대해서는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강세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미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이어진다면 달러화 가치는 서서히 하락 압력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1500원 선을 넘보고 있는 원·달러 환율의 경우 완만한 하락세를 예상했다. 윤상하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우리나라의 세계 국채 지수 편입 효과, 국내 자산시장의 투자 매력도 개선 그리고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회복 등이 원화 강세 요인”이라면서도 “개인·기관·연기금 등의 해외 증권 투자 확대는 원화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힘이 맞물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그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