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매파로 돌아선 연준…'서브프라임 사태 예견' 마이클 버리는 AI 손절說

■AI 과열·금리 동결 가능성 ‘이중악재’에 시장 충격

"인하보다 유지해야" 발언 잇달아

12월 금리동결 확률 47.9%로 ↑

셧다운 해제에도 3대 지수 급락

버리 “GPU 분식회계” 주장도 영향

코어위브 40%·오라클 17% 등

AI 거품론에 기술주 연일 하락

고용·물가 등 경제 지표 지각 발표

“당분간 시장 변동성 커질 것” 우려

13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시장 상황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13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시장 상황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 거품론과 12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급부상이라는 악재를 동시에 맞닥뜨렸다. 시장에서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의 여파로 발표가 늦춰졌던 고용과 물가 등 경제 통계가 공개될 때마다 장이 출렁거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셧다운 해제에 안도할 겨를도 없이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다는 의미다.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셧다운 해제 다음 날인 이날 다우존스30(-1.65%)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1.66%), 나스닥(-2.29%) 등 3대 지수가 모두 크게 빠졌다. 특히 기술주는 AI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에 최근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AI 인프라 업체 코어위브는 투자 과열 논란으로 데이터센터 구축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주가가 이달 들어 41% 이상 급락했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도 이달 들어 7% 이상 주가가 떨어졌고 오라클(-17.2%)과 메타(-5.9%)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 역시 약세다. 오라클의 경우 직전 고점(9월 10일, 328.33달러)보다 주가가 3분의 1 빠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평가된 기술주에 대한 ‘불안감(jitters)’이 다시 돌아왔다”고 논평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미리 예견해 이름을 날린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AI 투자 과열을 우려해 ‘손절’에 나섰다는 관측도 기술주 하락을 부추겼다. 버리가 운영하는 사이언자산운용사가 이달 10일부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 투자자문회사 지위에서 해제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그가 주장했던 빅테크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식회계설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GPU 칩의 유효 수명을 과도하게 늘려 감가상각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FT에 따르면 버리는 지난달 말 “주식시장의 가치와 나의 평가가 한동안 일치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운용하는 펀드의 자산이 누적된 손실로 등록 기준인 1억 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것일 뿐 AI 거품론과는 무관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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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다며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는 점도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12월 FOMC 회의에서 금리 결정 투표를 할 수 있는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 모두 전날 금리를 현재(3.75~4.0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카고와 캔자스시티연은 총재 등 (12월 FOMC에서 투표권을 가진) 대부분의 연준 인사들이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금리 선물 시장에서 12월 금리 동결 전망 가능성은 전날 37.1%에서 47.9%로 크게 올랐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60% 이상이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점쳤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미니애폴리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투표권이 없는 연은 총재들도 금리 인하에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월가에서는 셧다운으로 늦춰졌던 고용과 물가 등 통계 데이터가 뒤늦게 발표되면서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WSJ는 “투자자들은 최근 40일 가까이 핵심 경제 데이터를 보지 못한 채 지내왔다”면서 “(셧다운 해제로) 지금부터 데이터가 하나하나 공개될 때마다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동시에 경제 통계 시스템이 셧다운 영향을 모두 벗고 완전 복구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노동통계국이 집계하는 10월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는 통상 함께 발표되는 실업률 없이 고용 수치만 나오는 ‘반쪽’ 발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연준의 12월 금리 결정이 ‘깜깜이’ 상태로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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