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열린송현] 민간 투자를 활용한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하헌구 한국민간투자학회 회장

민간 자본 투입 AI 전력망 조기 확충

철도 주변 공간 등 이용, 비용 줄이고

타당성 평가·관련 제도 정비 서둘러야

하헌구 한국민간투자학회 회장하헌구 한국민간투자학회 회장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산업에 골든타임이 찾아왔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해 미래 산업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AI 투자와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한국을 아시아의 AI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AI 산업 투자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AI 칩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26만 장이 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한국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거인들이 한국의 잠재력을 믿고 투자하는 지금,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산업을 우리의 성장 동력으로 만들 준비가 돼 있는가. 아시아의 AI 수도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현실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과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즉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최근 국회에 발의된 전력망 확충 3법은 대한민국의 AI 미래를 위한 근본적 장벽을 해소하는 시의적절한 제안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AI컴퓨팅센터, 기업들의 RE100 산업단지와 AI 팩토리 등은 기존 전력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AI 혁명이라는 비전 앞에 전력 장벽 해소라는 거대한 과제가 있다. 국가 전력망 건설 주체인 한국전력은 재정 위기 때문에 2030년까지 전력망을 30% 이상 확충하는 대규모 투자에 역부족이다. 아무리 뛰어난 AI 기술이 있고 막대한 투자가 유치돼도 전력을 공급할 파이프라인이 막혀 있다면 모든 계획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히 공기업이 겪는 경영난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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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확충 3법은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통한 전력 장벽 문제의 해결이라는 혁신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법안의 핵심은 민간의 자본과 건설 역량을 활용해 전력망을 조기에 건설하되 시설의 운영은 한전이 전담하면서 전력망의 공공성과 통일성을 유지하는 새로운 민간투자 사업 모델(BT)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싱크홀 예방을 위한 노후 상하수도 개량 등 다른 공공 사업에도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의 성공을 위해 우선 전력망을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전력망 사업의 편익과 비용 항목 설정 등 타당성 평가 체계와 관련 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해야 한다. 또 해상 전력망의 경우 어민들의 민원 발생 등 사업 지연 가능성을 고려해 다른 대안의 검토도 필요하다. 철도나 고속도로 주변 공간을 활용할 경우 해상에 비해 건설 및 유지 관리비 절감이 가능하고 민원 발생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특히 전력망의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한전의 투자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국가철도공단과 코레일 또는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의 투자 및 운영 참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철도와 고속도로 주변 공간을 활용한 전력망은 건설과 운영 과정의 민원 해소 및 비용 감소 등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다.

글로벌 AI 전쟁의 서막은 올랐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기업들로부터 아시아의 AI 수도가 될 수 있다는 강력한 신뢰와 기대를 받고 있다. 아무쪼록 전력망 확충 3법 개정과 민간투자 제도 정비 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해 대한민국의 경제 대동맥이 될 에너지 고속도로를 적기에 건설하고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조기에 구축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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