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종용에 따라 생체인식 정보가 담긴 여권 발행을 서둘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15일 향후 5년간 생체인식 여권을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미국 방문을 희망하는 스위스인들은 내년 말부터 생체인식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입국 심사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올해 10월까지 스위스를 포함한 27개 비자면제국에 생체인식정보가 담긴 여권 발행을 요구해왔으나 해당국들이 시한을 맞추지 못함에 따라 이를 내년 10월까지 연장한 상태.
스위스 법무부는 미국이 정한 시한을 맞추는 것은 물론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미국처럼 생체인식 여권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도입을 서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비자면제국이어서 미국을 90일 이내에 방문하는 경우에는 영사 인터뷰와 신원조치 등의 절차를 면제받고 있다. 하지만 올 봄부터는 강화된 규정에 따라 90일 이상 체류할 경우에는 미국 대사관에서 지문날인과 사진 촬영에 응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 가운데서는 덴마크가 처음으로 생체인식 여권을 발급키로 결정한바 있다. 덴마크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2월 총 300만 장의 생체인식 여권을 핀란드의 전문기업인 세텍에 발주했다.
핀란드의 세텍은 지난달 31일 스웨덴 정부로부터 1억2천만 달러 상당의 생체 인식 여권 사업에 응찰, 계약자로 선정돼 이 분야에서 성가를 인정받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도 지난달 말 생체인식 여권을 발급, 이를 판독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실험은 모두 1만5천 명을 대상으로 내년 3월말까지 실시된다.
정부측은 2006년부터 생체인식 여권이 공식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