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역인프라구축 시급하다] 1. 열악한 국내실정

물건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간접자본과 물류산업이 발달하지 못하면 판매가 어렵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가운데 탄탄한 무역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안정적인 수출을 기대할 수 있고 무역수지 흑자기조도 이룩할 수 있다. 특히 세계 경제환경이 급변할수록 무역정보화, 무역전시장 등 무역인프라의 중요성은 더해진다.우리는 지난해 사상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증가율은 마이너스였다. 올들어서도 수출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세계경기 침체 등 대외적 요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에 무역인프라가 발달되지 못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무역인프라 구축의 필요성과 정책 대안을 시리즈를 통해 살펴본다. 최근 국내 유일의 국제적 무역전시장인 종합전시장(COEX)에서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원래 태평양관과 대서양관으로 제 이름을 따로 갖고 있던 1층과 3층 전시장의 이름이 태평양관으로 통일된 것이다. 대서양관이 태평양관으로 바뀐 사정은 어처구니가 없다. 오는 6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 합의된 투자박람회를 개최하기로 되어 있는 산업자원부가 개최장소를 태평양관으로 정하고 안내장 발송을 마쳤으나 장소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도서출판문화협회가 같은 시기에 국제도서전을 열기로 하고 지난해 8월 1층 태평양관을 예약한 상태였다. 산자부는 부랴부랴 출판협회에 장소를 양보해 줄 것을 요구하다 여의치 않자 아예 3층 대서양관간판을 태평양관으로 바꿔달았다. 전시공간을 놓고 정부와 민간단체간에 벌어졌던 이 쟁탈전은 국내 무역인프라가 얼마나 취약한 상태인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무역인프라는 도로, 항만, 공중수송, 물류체계를 통틀어 말하는 SOC와 같이 무역의 기반이 되는 무역정보화, 무역전시장·전시기술, 해외물류시설·무역 네트워크 등을 총칭한다. 국제거래상의 교환비용 발생을 최소화하는 무역전시장, 기업의 해외지사망, 해외전시·물류시설 등 하드웨어와 사이버마켓, 무역정보화, 무역전시기술, 무역인력양성체제등 소프트웨어가 모두 무역인프라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내세울 수 있는 무역인프라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가 국내총생산(GDP)기준 세계 11위(97년)에 이르고 연간 1,300억달러이상을 수출하는 경제대국임에도 무역인프라는 거의 전무한 형편이다. 무역인프라로 내세울 수 있는 시설이 삼성동의 COEX 하나에 불과하다. 그나마 크기는 6,272평에 불과해 선진국전시장들보다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실정. 만성적인 전시공간 부족현상을 빚을 수밖에 없다. 독일의 무역규모 1억달러당 전시면적은 70평에 달하고 미국과 이탈리아는 각각 64, 81평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6.5평이 고작이다. 무역전시장이 태부족한 가운데 유사한 무역전시회가 무분별하게 개최되어 부작용을 초래하는 난맥상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의 경우 한국컴퓨터 S/Q전시회, 국제컴퓨터 S/W전시회, 컴덱스 코리아, 컴퓨터 그래픽·멀티미디어전, 개방형 시스템·솔루션 전시회등 컴퓨터관련 전시회가 난립하기도 했다. 무역전시업체들도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태부족한 무역전문인력 양성기관은 전무한 실정이다. 산자부 자체보고서에 따르면 무역전문인력도 태부족한 상황이다. 그나마 교육기관이나 전문양성기관에서 공급하고 있는 무역인력은 전체의 47%에 그치고 있다. 수출이 특히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무역인력을 자체 양성하거나 아예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더욱 심각한 현상은 서비스·지식교역과 사이버 무역이 급증하고 있는 국제 환경에 적응할 채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약 24억달러를 기록했던 인터넷 무역은 2000년 들어 6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해 수출계약을 체결한 실적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정보화의 물결이 거센 가운데서도 해외거래처발굴을 기존 거래처 소개 또는 무역유관기관의 알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미국에 회사를 설립하고 무역을 시작한 오수관(吳壽寬)중앙텔레콤 사장은 『해외전시회를 자주 참석해 보면 선진국이 잘 갖춰놓은 무역인프라에 놀라게 된다』고 지적하고 『무역인프라구축은 특히 수출구조를 중소기업 위주로 안정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용 (주)대우 상무는 『전시장, 해외지사망, 물류시설등 하드웨어적자본확충은 필수적이며 사이버마켓, 무역정보, 전시기술, 전문인력양성 등 소프트웨어적 자본은 90년대 후반들어 무역활동의 생산성을 좌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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