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감독 당국이 정부의 10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에 한국산업은행의 증자안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서 국내 기간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금융위 차원의 추경 필요 사업을 살펴보고 있다. 증자 요청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수천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추경 편성이 거론돼 부처 내부적으로는 추가 예산이 필요한 사업을 미리 정리해뒀다”며 “연말로 갈수록 산은의 재무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증자가 어느 정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현재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75%로 전 분기 말 대비 0.61%포인트 떨어졌다. 2023년 말 이후 14% 선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다가 13%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산은의 BIS 비율은 연말 13.5%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대출·투자금 등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 당국은 13%를 은행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산은으로서는 감독 기준을 어기지 않으려면 전보다 대출을 소극적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부품과 철강 등 주요 산업이 고관세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은의 역할이 더 요구된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 당국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대출 사업 예산을 다시 요청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올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소액생계비대출 사업비 명목으로 1000억 원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업은 신용 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 원 이하인 저신용·저소득자들을 대상으로 최대 1000만 원의 급전을 내준다. 지난해 관련 대출 연체율이 31%까지 치솟아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추경 사업은 기재부 등 부처 간 협의로 확정될 사항”이라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