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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제색도서 금강전도까지…겸재 정선 대표작 165점 한자리에

■호암미술관 겸재정선(4.2~6.29)

호암·간송·기관 18곳 소장품 모아

역대 최대 규모…준비만 3년 걸려

전시 1부는 진경산수화 집중 조명

2부선 문인화·화조화 만날 수 있어

이황·송시열 글쓰고 정선이 그린

'퇴우이선생진적첩' 등 공개 주목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겸재 정선’ 전의 시작 지점에 정선의 대표작 인왕제색도(왼쪽)와 금강전도가 걸려 있다. 사진 제공=호암미술관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겸재 정선’ 전의 시작 지점에 정선의 대표작 인왕제색도(왼쪽)와 금강전도가 걸려 있다. 사진 제공=호암미술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국보로 지정된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가 나란히 관람객을 맞이한다. 시작부터 하이라이트다. 물안개가 내린 바위산의 웅장한 생명력을 먹의 농담으로 펼쳐낸 인왕제색도는 겸재 정선(1676~1759)이 일흔 여섯 만년에 그린 걸작이자 그가 정립한 진경산수화의 대표작이다. 대중들에는 미술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70년대 처음 수집해 50년 간 아낀 ‘1호 미술품’으로 유명하다. 인왕제색도와 나란히 걸린 금강전도는 수많은 봉우리를 가진 겨울 금강산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위에서 내려다 본 시점에서 그린 수묵담채화다. 정선이 쉰 여덟에 그린 금강전도는 그가 가장 많이 그렸던 주제인 금강산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대 사람들은 금강산을 힘들게 찾아가느니 이 작품을 머리맡에 두고 보는 편이 낫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겸재 정선’의 1부 ‘진경을 만나다’ 전시 풍경 /사진제공-호암미술관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겸재 정선’의 1부 ‘진경을 만나다’ 전시 풍경 /사진제공-호암미술관


올 상반기 가장 기대를 모은 블록버스터 전시 중 하나로 꼽히는 대규모 기획전 ‘겸재 정선’이 2일부터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사립미술관인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이 협력해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정선이 구축한 예술 세계의 전모를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한 최초의 기획전이다. 규모 면에서도 역대 최대다. 본격적인 준비만 꼬박 3년이 걸렸다는 이번 전시에는 호암·간송의 소장품을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 등 18곳 기관과 개인 소장품에서 빌려온 총 165점이 공개된다. 국보 2건과 보물 10건인 정선의 지정 작품 중 8건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교과서에서 한 두 점 만났던 정선의 세계가 이렇게 넓고 다채로운 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다시 한번 정선을 ‘국민 화가’로 기억하게 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암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2부로 구성됐다.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가 맞이하는 입구를 지나 만나는 1부 ‘진경에 거닐다’에서는 정선을 대표하는 진경산수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정선은 18세기 조선 화단을 이끈 거장으로 회화의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지만 특히 우리 산천의 진짜 아름다움을 담은 진경산수화를 정립한 대가로 기억된다. 중국 한시를 읽고 상상한 중국의 산천을 주로 그리던 조선의 화풍이 정선의 등장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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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는 정선이 평생 가장 많이 그렸던 금강산과 정선이 나고 자란 한양 일대, 개성·포항 등 지역 명승지를 묘사한 다양한 진경산수화가 내걸렸다. 금강산의 독특한 지형적 특징을 섬세한 필치와 색채로 생생하게 묘사한 ‘풍악내산총람’과 금강산 및 동해 바다의 풍경을 담은 ‘해악전신첩’, 해악전신첩과 함께 정선이라는 이름을 화단에 알린 ‘신묘년풍악도첩’, 정선이 태어나 평생 살았던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일대를 진경산수화로 담아낸 ‘장동팔경첩’, 서울과 한강 주변 명소를 정리한 화첩 ‘경교명승첩’ 등이 줄줄이 공개된다.

홍경보가 서문을 쓰고 정선이 그림을 그리고 신유한이 ‘의적벽부'를 써 제작한 연강임술첩서문에 실린 ‘우화등선’의 모습 /사진제공=호암미술관홍경보가 서문을 쓰고 정선이 그림을 그리고 신유한이 ‘의적벽부'를 써 제작한 연강임술첩서문에 실린 ‘우화등선’의 모습 /사진제공=호암미술관


2부에서는 문인으로서의 정선을 재조명한다. 정선은 중국 남종화 등 당대 유행한 문인화에도 능통했으며 화조화 등을 다채롭게 그렸다. 특히 도연명의 ‘귀거래사’ 등 문인들이 즐겨 읽던 시를 그림으로 그린 ‘시의도(時意圖)’를 자주 그려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일례로 경기도 관찰사였던 홍경보가 서문을 쓰고 정선이 그림을 그려 제작한 총 세 벌의 화첩 ‘연강임술첩’은 오늘날 두 벌만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겸재본과 홍경보본이 동시에 공개돼 눈길을 끈다.

계산정거 /사진제공=호암미술관계산정거 /사진제공=호암미술관


또 정선은 명문가 후손의 자부심이 대단했고 특히 대학자 퇴계 이황의 후손임을 자랑스러워했다. 이황과 우암 송시열이 글을 쓰고 정선이 그림을 그려 넣은 서화첩 ‘퇴우이선생진적첩’이 이 같은 정선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이 서화첩은 2012년 삼성문화재단이 국내 고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34억 원에 사들여 주목받기도 했다. 서화첩에 실린 ‘계산정거’는 이황의 도산서당을 그린 작품으로 1000원 지폐 뒷면을 장식하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간송미술관과 협업한 이번 전시는 내년 하반기 대구 간송미술관에서 계속되며 지역 주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다만 인왕제색도의 경우 2027년 상반기까지 진행되는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에 포함돼 5월 6일까지만 전시된다. 6월 29일까지.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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