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자회사에서 신용공여를 받은 사실을 공시하지 않거나 수만 건의 고객 정부가 제3자에게 유출돼 금융 감독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LP) 사고 발생 이전의 일들이지만 그룹 차원에서 내부통제에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일 자회사 신용공여 경영공시와 금융거래 비밀보장, 감독 당국 보고 의무를 위반한 신한은행에 96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금감원은 신한은행이 자회사로부터 2조 3648억 원의 신용공여를 받은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은행법에서는 결산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계열사 간 신용공여 현황을 알리게 돼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2019~2022년 사이에 자회사로부터 매년 5000억~6000억 원대의 신용공여를 받았음에도 이를 공시에서 누락했다.
금융거래 정보가 담긴 우편물을 다른 고객에게 잘못 전달한 경우도 있었다. 은행은 2022년 우편 발송업무 수탁 업체를 통해 고객 통지문을 발송했는데 내용물과 봉투의 순서가 맞지 않아 수만 건의 우편이 다른 고객에게 발송됐다. A 고객에게 가야 할 우편물이 B에게 간 셈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직원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은행에서 우편물을 받아 보는 고객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라며 “대고객 업무인 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신한은행이 2020~2022년 집행한 17건의 지분율 20% 초과 주식담보대출을 당국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신한은행의 외국 지점이 2022년 8월 현지 감독 당국에서 과태료를 맞았음에도 이를 4개월 넘게 알리지 않은 사실도 나왔다.
신한은행은 최근 서울 압구정 지점에서 17억 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에서는 ETF LP 운용 부서가 추가 수익을 위해 투기성으로 선물을 매매하다 1300억 원대의 금융 사고를 내기도 했다. 금감원은 올해 신한금융 정기 검사를 통해 내부통제 사안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 사고 이후에 지주 차원에서 내부통제 체계의 문제를 파악했고 지금은 개선 방안을 강력하게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내부통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데다 이사회와 경영진이 계열사를 꼼꼼히 챙기고 있는 만큼 구조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일련의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보다 밀도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에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에 신한은행이 금감원에서 지적받은 일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런 일들이 잦아지면 결국 큰 사고가 벌어지는 만큼 초반에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