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청사를 조성하는 서울 자치구들이 눈에 띄는 시설을 조성하며 주민 마음 잡기에 나서고 있다. 신청사 조성은 1차적으로 노후된 건물의 안전 우려 해소와 공간 확보를 통한 업무 효율성 증대가 목적이지만, 최근에는 미끄럼틀, 키즈카페, 공원, 상가 등 주민들이 많이 찾는 시설을 함께 배치하면서 주민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추세다.
18일 서울 각 자치구에 따르면 동작구는 이달 초 신청사로 이전했다. 노량진역에서 10분 가량 떨어진 동작구청 신청사는 연면적 4만 4672㎡, 지하 3층, 지상 10층 규모로 건립됐다.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가운데가 뻥 뚫린 중정 구조다.
눈에 띄는 점은 신청사 중심에 위치한 거대한 미끄럼틀 ‘D라이드’이다. 지상 2층에서 지하1층까지 이어지는 높이 15m짜리 D라이드는 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IT 기업들에서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설치되곤 했다. 국내 관공서에 도입한 사례는 동작구청이 최초다.
또 동작구는 신청사를 지으면서 과거 해당 부지에 있었던 영도시장 상인들을 지하 1층에 입접시켰다. 일종의 ‘관상(官商)복합청사’인 셈이다. 현재 14곳이 입점했으며, 연말까지 식당, 카페 등 32곳을 더 유치할 계획이다.
동작구는 무료 유튜브 스튜디오를 도입해 고가의 장비를 설치, 개인 방송을 원하는 구민들에게 무료로 오픈을 하는 가 하면 관내 어르신 전용 헬스장과 우산 수리, 칼, 가위 갈이 등을 해주는 ‘맥가이버센터’도 마련했다. 동작구 관계자는 “이번 신청사는 지역구의 ‘핫플레이스’가 되겠다는 박일하 구청장의 실험이 그대로 반영됐다”며 “구청이 주민들에게 머물고 싶은 장소로 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앞서 광진구도 6월 신청사로 자리를 옮겼다. 성동구에서 분구해 개청한 지 30주년을 기념해서다.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3번출구 앞에 위치한 신청사는 호텔, 업무시설, 쇼핑몰과 함께 첨단 업무 복합단지 내에 있다. 또 18층 규모의 건물 내에 북카페, 키즈존, 전시공간 등이 조성돼 있어 주민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강서구는 내년 8월 준공을 목표로 신청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마곡동 일대에 들어설 신청사는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로 지어진다. 이 곳은 구청사, 구의회, 보건소 등을 한 곳에 모은 뒤 나머지 공간을 열린광장, 쉼터, 어린이집, 키즈카페를 비롯해 열린도서관, 문화쉼터, 북카페 등으로 꾸릴 예정이다. 강북구도 수유동 일대에 지하 6층, 지상 17층, 연면적 약 6만 8942㎡ 규모의 신청사를 준비 중이다. 이 곳 역시 구청을 비롯해 주민센터, 보건소, 구의회 등 핵심 행정기관이 집결한 ‘원스톱 행정허브’로 조성된다.
영등포구와 강남구도 각각 새로운 청사진을 위해 통합 신청사를 추진하고 있다. 영등포구청사의 경우 1976년 지어져 50년 가까이 사용되며 공간이 협소하고 시설이 노후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별관, 보건소, 구의회 등이 흩어져 있어 불편하다는 구민들의 불만도 지속됐다. 이에 영등포구는 현 청사 바로 옆에 위치한 당산근린공원 남측과 주차문화과 청사 부시에 신청사를 건립하고, 기존 청사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순환개발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강남구는 대치동 세텍(SETEC) 부지에 ‘행정문화 복합타운’을 콘셉트로 한 신청사를 짓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를 하고 있다. 이 곳의 특징은 체육실, 공원 등 주민편의시설 외에도 전망대 등 관광시설이 들어선다는 계획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구청사가 단순히 행정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장소가 아닌 일본 도쿄도청이나 미국 텍사스주 청사처럼 관광명소로도 기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