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스타트업 취업난 어느정도길래… 3년 만에 합격자 절반[벼랑 끝 벤처 생태계]

'기회의 땅' 스타트업 시장 위기 닥쳐

채용 줄이는데… 구직자 오히려 증가

대규모 구조조정 통한 인력 감축 나서

대기업과 기업 만족도 격차 매년 벌어져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막을 올린 '넥스트라이즈 2025'에서 참관객들이 다양한 스타트업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막을 올린 '넥스트라이즈 2025'에서 참관객들이 다양한 스타트업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스타트업 시장은 한때 젊은 인재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대기업의 경직된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자신의 역량을 펼치며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 성취를 경험하는 것은 청년들을 스타트업 생태계로 이끌었다. 그러나 뜨거운 열기는 불과 2~3년 만에 전혀 다른 풍경을 맞이했다. 급격하게 몰려온 투자 한파에 스타트업 시장에는 위기가 닥쳤다. 과거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청년층의 유력한 커리어 대안으로 떠올랐던 스타트업 취업은 이제 많은 이들에게 가혹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구직자들이 접하는 채용 시장의 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취업 플랫폼 원티드랩 회원사의 주요 채용 지표를 살펴보면 정보기술 및 플랫폼 기업의 고용은 스타트업 호황기였던 2022년 5월 한 달 동안 신규 채용 공고가 8498건에 달했고 실제 합격자 수는 1596명에 육박했다. 그러나 올해 6월에는 신규 채용 공고가 4872건, 합격자 수는 773명으로 불과 3년 만에 합격자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연도별 채용 합격자 수도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2022년 1만 6376명으로 정점을 찍은 스타트업 합격자 수는 2023년 1만 2036명, 2024년 1만 1009명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상반기 채용 합격자만 살펴봐도 2022년 8544명에서 2025년 4672명으로 감소하며 3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투자 시장의 위축이 스타트업 시장의 고용 축소로 직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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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채용 문턱은 좁아지고 있지만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구직자들의 열기는 여전하다. 2022년 160만 3659명이던 스타트업 취업자 수는 2024년 224만 8050명에 달했다. 특히 스타트업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3년에는 2022년과 비교해 취업자가 50만 명 이상 넘게 증가한 217만 7797명을 기록했다. 기업의 고용은 줄어드는 반면 지원자는 늘어나면서 구직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셈이다.

스타트업들은 투자 위축 속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서울경제신문과 더브이씨가 스타트업 채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민간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중 112곳이 올해에만 고용 인원의 30% 이상을 구조조정했다.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지원이나 유니콘 사업에 선정되어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이다. 전체 채용 인원의 절반 이상을 줄인 기업도 38곳에 달한다. 업황이 급격하게 악화되며 스타트업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다.

스타트업 시장은 한 때 혁신적 도전을 꿈꿨던 이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실제로 잡코리아·알바몬이 2023년 신입 및 경력직 구직자 4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 10명 중 8명 이상(82.2%)이 스타트업 취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스타트업은 특히 20대·신입 구직자에게 높은 선호도를 보였고 응답자들은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음’과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음’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찾던 청년 구직자들의 커리어 대안으로 각광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타트업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스타트업 재직자의 생각’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200명 가운데 ‘행복하다’고 답한 비율은 41.5%로 2022년 49.2%에서 8%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대기업 직원들의 만족도는 2022년 50.4%에서 2024년 65%로 크게 상승했다. 스타트업 종사자와 대기업 종사자 간 만족도 격차가 해마다 벌어진 결과다.

한 채용 플랫폼 관계자는 “불과 2~3년 전까지는 주요 명문대에서도 자유로운 근무 환경과 커리어 성장 등을 위해 스타트업 취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AX 확산세 등으로 채용 수요가 원천적으로 사라진 직군이 늘고 있고 과거처럼 높은 보상을 해주는 사례도 드물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이 갈수록 외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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