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의 가격 하락 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국채 발행량을 고려하면 국고채 ETF 약세가 단기간 내에 반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12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잔존 만기 30년 국채의 원금 스트립채권(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분리해 만기를 늘린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10.45%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국고채 관련 ETF(레버리지 상품 제외)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화에 민감하기에 금리 하락 시 스트립채권은 더 높은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으나 반대로 최근 국고채 금리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오히려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해당 ETF 1좌당 가격은 올 4월 21일 6만 5120원을 기록한 뒤 이날(5만 2725원)까지 약 7개월 동안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기간 하락률은 약 -19%다.
이 외에도 채권 ETF 상품중 국고채 관련 ETF들이 하락률 상위 종목을 줄줄이 차지했다. ‘RISE KIS국고채30년Enhanced(-9.38%)’ ‘KIWOOM국고채30년액티브(-7.5%)’ ‘SOL국고채30년액티브(-7.07%)’ 등 국고채 ETF는 모두 최근 한 달 동안 가파른 내림세를 보였다. KAP 국고채30년지수를 2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RISE국채30년레버리지(합성)’의 수익률은 -14.45%였다.
이들 ETF 상품 손실이 불어나고 있는 건 내년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부동산 시장이 과열 신호를 보내는 등 국내 경제의 복합적 요인으로 기준금리 인하 명분이 약해진 탓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금융 불균형이 확대되면서 한국은행의 정책 방점은 내년에도 금융 안정에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내년 1분기 최대 1회로 예상되며 인하 시점 역시 부동산 상황에 따라 이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수급 요인도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1~9월 평균 국고채 발행 예상액은 월 21조 8000억 원이다. 이는 2020~2024년 평균 15조 7000억 원은 물론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된 올해(20조 6000억 원)보다 많은 국채가 시장에 공급된다는 의미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낙관적으로 생각해 아직 (내년 4월 편입이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관련 자금이 1원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유입 가능 금액이 전량 내년에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