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마다 부산 도심을 누비며 연말 분위기를 전하던 ‘산타 버스’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올해부터 운행을 중단했다. 버스 내부 장식물이 화재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민원이 접수되자, 부산시가 철거 조치를 내리면서다.
12일 부산시와 버스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부산시는 산타 버스 내부 장식품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민원을 접수했다. 인형과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등이 솜이나 비닐 등 가연성 소재로 제작돼 화재 발생 시 위험하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부산시는 해당 버스를 운영하는 회사에 내부 장식물 철거를 요청했다.
산타 버스는 12월이 되면 빨간 코와 커다란 눈을 달고 부산 전역을 달리며 시민들에게 성탄절 분위기를 전해온 시내버스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큰 호응을 얻으며 부산의 겨울 명물로 자리 잡았다.
산타 버스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버스기사가 승객들에게 연말의 따뜻한 분위기를 전하고 싶다며 버스 내부를 크리스마스 트리로 꾸민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승객들의 반응이 이어지며 참여 노선과 버스 대수가 점차 늘었고, 부산을 대표하는 이색 볼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부산에서는 연말 시즌뿐 아니라 인형을 상시로 장식한 ‘인형 버스’, 할로윈 버스, 벚꽃 버스 등 다양한 테마 버스도 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는 시민들에게 작은 위안을 전하며 인기가 더욱 높아졌고, 일부 버스회사들도 자발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버스 창문에는 “힘든 시기에 위로가 된다”는 내용의 응원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안전 문제 제기로 인해 이러한 테마 버스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부산시 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산타 버스를 운영하던 4개 노선(187번·508번·3번·109번)과 인형 버스가 운행되던 41번 노선의 내부 장식물이 모두 철거된다.
철거 결정 이후 현장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9년 동안 산타 버스를 운영해온 한 버스기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부라도 남겨 25일까지 운행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결국 모두 철거하게 됐다”며 “산타 버스를 기다렸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아쉬움을 표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진다”, “연말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안전 대책을 보완해서라도 계속 운행했으면 좋았을 텐데” 등의 의견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