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네 번째로 펼쳐진 테니스 남녀 성(性) 대결에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세계 랭킹 671위 닉 키리오스(호주)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를 꺾었다.
키리오스는 29일(한국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배틀 오브 더 섹시스(Battle of the Sexes)' 이벤트 경기에서 사발렌카를 2대0(6대3 6대3)으로 물리쳤다.
이날 경기에서는 사발렌카가 키리오스보다 9% 작은 면적의 코트를 쓰고, 두 선수에게 모두 세컨드 서브가 없는 변형 규칙이 적용됐다.
또한 경기는 3세트로 진행되며, 마지막 3세트는 10점을 먼저 따내는 쪽이 이기는 규칙이 반영됐다.
경기 장소는 1만 7000석 규모의 코카콜라 아레나였으며 가장 비싼 입장권 가격은 800달러(약 115만 원)에 달했다.
키리오스는 현재 세계 랭킹 600위권이지만 2016년 세계 랭킹 13위까지 오른 실력자였다.
이에 맞선 사발렌카는 올해 US오픈 여자 단식 챔피언으로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통산 네 번 우승한 최강자다.
테니스에서 남녀 성 대결이 펼쳐진 건 1973년 마거릿 코트(호주)와 보비 리그스(미국), 같은 해 빌리 진 킹(미국)과 리그스, 1992년 지미 코너스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이상 미국)의 경기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경기 후 키리오스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경기는 테니스라는 경기에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발렌카 역시 "내년 1월 호주오픈을 앞두고 좋은 경기를 치렀다"며 "다시 키리오스를 만나 복수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이 경기를 바라보는 주요 외신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큰 의미를 던진 경기가 아니었다는 것.
AP통신은 "성평등을 향한 분위기보다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ESPN은 "이번 경기는 더 넓은 문화적 의미를 갖지 못했다. 오히려 경기를 기획한 에이전시 소속의 사발렌카와 키리오스가 그저 쇼를 열어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돈을 벌고 싶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BBC도 "이 경기는 높은 기대만큼 강렬함과 재미를 보여주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예상한 대로 느릿느릿한 속도로 진행된 비시즌 친선경기처럼 끝났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