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달러패권에 맞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시장 선점을 위해 키우고 있는 디지털위안화를 내년부터는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사실상 국가 금융 시스템의 핵심인 ‘예금 통화’로 위상을 격상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루레이 부행장은 29일 기관지 '금융시보'에 기고문을 통해 "1월부터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운영하는 (중국) 상업은행은 고객이 보유한 가상자산 잔액에 따라 이자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화폐에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는 디지털 화폐 개발 분야의 글로벌 선도국 중 하나인 중국의 최신 행보"라며 "인민은행이 2014년 시작한 디지털 위안화 프로젝트에 상업은행 예금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면서 디지털 위안화의 법적·기술적 틀을 재정의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루 부행장은 이를 통해 디지털 위안화 2.0 시대로 진입한다고 선언했다. 디지털 위안화가 현재 모바일 결제 수단인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같은 형태의 '디지털 현금(1.0)' 단계에서 상업은행의 부채 속성을 지닌 '디지털 예금 통화(2.0)'로 한단계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루 부행장은 차세대 디지털 위안화 관리 체계인 '행동방안'을 공개하고, 2026년 1월 1일부터 전격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미래의 디지털 위안화가 계좌 기반의 신뢰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가치 저장과 대규모 자금 결제, 국경 간 송금 기능까지 갖춘 현대적 통화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 부행장은 상업은행의 디지털 위안화 잔액을 '지급준비금 제도' 내에서 관리하고, 알리페이를 포함한 비은행 기관에 100% 보증금 예치를 의무화해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통화 통제권을 확립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위안화 잔액은 유동성에 따라 협의통화(M1)나 광의통화(M2) 등 각 통화 지표에 산입해 통화 정책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활용된다. 이는 디지털 위안화가 단순한 현금 대체재를 넘어 실질적인 통화 공급량 관리의 핵심 지표로 작동하게 됨을 의미한다.
중국 내 주요 매체들은 이번 조치가 국가 금융 주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금융시보와 경제일보는 "인민은행이 실시간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맞춤형 통제권'을 확보함으로써 통화 정책의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민간 플랫폼에 쏠렸던 결제 주도권이 국가 인프라로 완전히 회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민은행은 최근 디지털 화폐를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 4중전회에서는 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