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AI 커닝 못막겠다" 英공인회계사회 원격시험 폐지

내년 3월부터 대면시험 회귀

빅4 회계법인 잇따라 스캔들

"AI가 감독시스템 무력화해"

자격교육과정엔 AI반영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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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회계사 단체인 영국 공인회계사협회(ACCA)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부정행위 급증을 이유로 내년 3월부터 온라인 원격으로 진행해 온 자격 시험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2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헬렌 브랜드 ACCA 최고경영자(CEO)는 “부정행위 수법의 정교함이 우리가 마련할 수 있는 안전장치의 수준을 앞지르고 있다”며 온라인 시험 폐지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전 세계 25만 7900명의 회원을 보유한 ACCA는 내년 3월부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든 수험생이 지정된 시험장에 직접 출석해 대면 평가를 치르도록 의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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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시험 제도는 당초 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수험생들이 자격 취득 과정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부정행위 스캔들이 글로벌 회계 업계 전반을 강타하면서 ‘전통적인 시험 방식으로의 회귀’가 결정됐다. 글로벌 회계법인 EY는 지난 2022년 소속 직원 수십 명이 내부 윤리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돼 미국 규제 당국에 1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벌금을 납부했다. PwC와 KPMG, 딜로이트 등도 미국,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등지의 직원 수천명이 연루된 유사한 문제로 타격을 입었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기존의 원격 감독 시스템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지적이다. FT는 한 현직 수험생을 인용해 “시험 문제를 몰래 촬영한 뒤 AI 챗봇에 입력해 답을 얻는 방식으로 손쉽게 부정행위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브랜드 CEO는 “부정행위에 대처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했지만 나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프로세스가 시험의 무결성을 보호한다고 확신했지만, 빠른 기술의 발전 속에 문제가 티핑 포인트(임계점)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원격 시험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신 중이거나 시험장에서 먼 거리에 거주하는 수험생들에게는 그동안 온라인 시험이 응시 기회를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ACCA의 시험 방식은 아날로그로 회귀하지만, 자격 교육 과정 자체는 AI 시대를 맞아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한다. ACCA는 10년 만에 자격 과정을 손질해 AI, 블록체인, 데이터 과학 등 신기술 관련 교육 비중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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