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퇴임사마저 논문처럼 꼼꼼하게… 역시 '김중수 스타일'

고별강연 '글로벌 BOK' … 주석까지 24페이지 달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에서 퇴임식을 마친 후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건물을 나서고 있다. 한은은 전통적으로 퇴임하는 총재를 위해 직원들이 정문에 세워진 차량까지 도열해 박수를 치며 환송한다. /권욱기자

'역시 김중수 스타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끝까지 할 말은 다 하고 갔다. 31일 김 총재는 그의 퇴임사를 '고별강연'으로 갈음했다. 행사에 앞서 배포된 강연내용은 빽빽한 글씨로 20페이지를 꽉 채웠다. 밑에 달린 41개 주석까지 합치면 36페이지, 글자 수로는 4만자에 이르렀다. 평소 길게 설명하고 토론하기를 즐기던 그의 습관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한국은행 역사상 유례없이 긴 고별강연은 내용보다 엄청난 분량부터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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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재는 이날 고별강연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직접 원고를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유명인사들의 퇴임사를 참고하고 지난 4년간 한은 생활을 회고하며 쓰고 고치기를 십여 차례 반복할 정도로 신중을 기했다. 실무진에 고별강연을 넘긴 것은 퇴임날인 31일 오전이나 돼서였다.

김 총재의 화두는 마지막까지 '글로벌 한국은행(BOK)'이었다. 고별강연 제목은 '선진인류 글로벌 BOK를 기리며!'였다. 그는 지난 2010년 취임사에서도 '주요20개국(G20) 의장국 위상에 걸맞은 한국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 나아갑시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역대 한은 총재들은 보통 제목 없이 '친애하는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으로 글을 시작했다.

이날 고별강연은 맥아더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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