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탈레반 정권이 외화 벌이를 위해 최근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탈레반 정권과 연계된 인플루언서들이 인질을 참수하는 장면을 패러디해 논란을 빚었다.
10일(현지시간) EFE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출신 인플루언서가 관광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올린 한 영상에서 마치 탈레반 무장단체가 인질을 참수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영상에서는 탈레반 전사처럼 차려입은 아프간 남성이 무릎을 꿇은 채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남성들 뒤에 서서 “미국에 전할 메시지가 있다”고 말한 뒤, 비닐봉지를 벗긴다. 그러자 인질 역할을 한 남성들이 웃으며 “아프라니스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말한다.
이후 아프간의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는 영상이 이어진다. 소총을 메고 있는 한 남성이 푸른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서 '브이' 포즈를 취하거나, 총을 든 채 에메랄드 빛 호수 위에서 수영을 즐기기도 한다. 잔디밭 위에 놓여진 탱크에 매달려 그네를 타는 청년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아프가니스탄 관광(#afghanistan tourism)'이란 검색어로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영상은 640만 회 이상 조회되기도 했다. 특히 탈레반 정권을 옹호하거나 아프간 관광을 홍보하는 계정들이 이 영상을 퍼뜨리고 있다.
탈레반 정권은 아프가니스탄이 '정상국가'가 됐다는 이미지를 퍼뜨리기 위해 최근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관광객도 늘고 있다. 2022년 이후 아프간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약 1만5000명이라고 탈레반 정권은 집계했다. 주로 아프간의 자연 풍경과 복잡한 전쟁 역사를 체험하려는 서구 여행객과 낯선 여행을 찾아다니는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주요 관광객이다.
하지만 아프간 관광객들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작년에 아프간 수도 카불 인근 밤얀 지역을 여행하던 스페인 관광객 4명과 아프간인 1명이 무장 공격을 받고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건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격인 IS 호라산(ISIS K)이 배후를 자처했다.
한편 한국은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을 여행금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 허가 없이 방문하면 여권법 위반으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취재, 인도지원 등 특수 목적 여행도 외교부의 사전 허가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