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위기 지속땐 되레 악재

단기 외화차입 만기연장비율 157% 사상최고<br>단기차입 의존 국내은행 차환길 막혀 위기 올수도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차입 차환율(만기연장비율)이 157%대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차환율은 만기가 다가온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새로 돈을 빌리는 '차환(refunding)' 비율을 뜻하는데 차환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빌린 돈을 모두 만기 연장하고도 외화가 남는다는 의미다. 그만큼 당장의 외화유동성에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지만 역으로 단기차입 차환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되레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 금융위기가 깊고 길어지면 국제 금융시장 경색이 심화되고 단기차입에 의존하는 국내 은행들의 차환이 막혀 외화유동성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짧게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단기외화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은행들이 심각한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6개 국내은행의 외화 단기차입 차환율(만기연장비율)이 157.4%를 기록해 7월(67.3%)보다 90.1%포인트 상승했다고 16일 밝혔다. 단기차입 차환율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또 12개 은행의 중장기차입 차환율은 181.1%로 7월(195.4%)보다는 다소 낮아졌다. 주목할 것은 단기차입 차환율이 사상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것 아니냐는 점이다. 은행들이 비정상적인 국제 금융시장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단기차입금에 대한 차환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차환율은 높아졌지만 단기시장이 얼어붙을 경우 더 많은 차환이 어렵게 돼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단기차입 차환율이 높다는 게 꼭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다"라면서 "위기가 3개월 정도 수준에서 끝난다면 모를까 더 깊어지고 더 길어지면 단기외화시장은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차입을 늘리는 게 더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은행권의 한 관계자도 "돈을 빌리는 쪽에서는 여건만 된다면 단기보다 중장기 차입을 늘리는 것이 안정적"이라면서 "최근에는 유럽재정위기 등이 증폭되면서 단기자금을 미리 확보하며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1년 이상의 장기차입 차환율이 181.1%에 달하고 있다는 점은 최소한 외화자금시장의 미스매칭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장기 차입금을 단기로 돌려 막는 현상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장기 차입을 늘리고 미리 확보한 중장기 외화자금으로 단기차입 만기 도래액을 상환해 단기차입 차환율을 낮추는 게 바람직하지만 당장에는 그만큼의 여유가 없어 단기ㆍ장기차입 차환율이 모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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