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차 남북 장관급회담 이틀째인 4일 북측 대표단은 "남측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 지난 1년간 협력다운 북남협력이 단 1건도 없었다"며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김령성 북측 단장은 전체회의 기본발언에서 "귀측은 집권 초에 다른 나라와의 `수직관계`를 `수평관계`로 만들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핵 문제 해결 정도에 따라 북남관계 속도를 조절하라는 미국의 강압적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단장은 특히 "지난 1년간 개성공단에 7,000여명의 남측 인원들이 다녀갔으나 단 1명도 투자는 않았고 현재 개성공업지구에는 벽돌 한 차, 세멘트 한 톤, 강재 한 톤 들어온 것이 없다"며 지지부진한 경협 상황에 대한 불만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김 단장은 이어 "앞으로 6개월간 남측의 입장과 태도를 지켜본 뒤 지금처럼 계속 빈말로 때우려 한다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남측 수석대표는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한반도비핵화를 위해서는 핵 동결을 넘어 폐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수석대표는 북측의 경협 활성화 요구에 대해서도 "경제분야 만큼 정치ㆍ군사분야의 신뢰 증진이 필요하다"며 2차 국방장관회담 개최와 함께 실무 논의를 위한 장성급 군사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남측이 아테네올림픽 공동입장과 문화재 보호 및 고대사 공동연구를, 북측이 국호 `COREA` 표기의 유엔 상정, 대북ㆍ대남 비방방송 중지 등을 제안하는 등 사회ㆍ문화 교류분야에서는 활발한 제안들이 오고 갔다.
남북 대표단은 오전 전체회의에 이어 오후에는 서울역사박물관을 참관한 뒤 저녁부터 실무접촉을 벌여 드러난 이견들을 조율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