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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멍든다
입력2011.07.26 17:57:16
수정
2011.07.26 17:57:16
美 채무협상 기싸움에…<br>정치권 합의 잇단 실패로 디폴트 위기감만 커져<br>미국 국채수익률 오르고 金수요 급증등 악영향
미국 채무협상 만기일(8월 2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백악관과 의회의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만 커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치권의 기싸움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멍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미국 국채수익률이 상승하고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늘어나는 등 금융시장 곳곳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지난 주말에 비해 0.04%포인트 올라 3.00%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채권시장의 추세를 가늠할 수 있는 30년 만기 국채수익률(4.32%)과 2년 만기 국채수익률(0.41%)의 격차도 3.91%포인트로 벌어져 위기감을 낳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미 국채의 부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채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는 이전 거래일의 52.9bp(1bp=0.01%)에서 56.3bp로 치솟아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자산운용 업체 글루스킨 세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 채무협상의 계속된 실패로 인한 불안감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의 채무만기 협상이 결국 시한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루한 부채협상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해 달러가치도 약세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스위스 프랑 대비 달러화는 장중 한 때 0.6%나 떨어졌으며 엔화는 달러 대비 77.90엔을 기록해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78엔선이 무너졌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0.5%나 떨어져 지난 6월 7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 상품시장에도 미 부채협상의 여파가 최대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은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매수세가 몰리며 8월물의 경우 지난 주말 종가보다 10.70달러(0.7%) 올라 온스당 1,612.20달러까지 급등했다.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속속 자금을 빼내가고 있다. 미 투자회사협회(ICI)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 동안 미국 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인출한 자금은 2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원유 가격은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물 가격은 이전 거래일에 비해 67센트(0.74%) 내린 99.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오펜하이머 앤드 컴퍼니의 앨런 드 로즈는 관리이사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어떻게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며 "현 상황은 (무엇인가를 결정하기에) 매우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방송의 황금시간대인 밤 9시(동부시간기준) 백악관에서 생중계된 대국민연설을 통해 협상 결렬은 미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정치인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이 채무 만기 협상을 제때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질 수 있다며 미국이 빠른 시일 내에 채무 만기 협상을 마무리하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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