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옛 국가안전기획부)이 당시 유력 정치인으로 추정되는 인사의 대화내용을 도청한 자료가 최근 검찰에 압수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도청 범죄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정치사찰 근절을 강력히 지시했음에도 국정원이 정치인들의 전화통화를 불법 감청(도청)하는 등 사실상 사찰행위를 계속했음을 추정케 하는 결정적 단서여서 정치권 등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이 이달 초 김대중 정부 당시 감청업무를 담당했던 국정원 전ㆍ현직 직원들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 전직 중간 간부의 집에서 실세 정치인으로 추정되는 인사의 대화내용이 담긴 도청테이프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 문제의 테이프가 법원의 영장없이 불법으로 감청된 전화통화이거나 음식점 등에서 도청장비를 이용해 정ㆍ재계 인사들의 대화를 직접 엿들었던 미림팀식 도청으로 제작된 것일 가능성 등을 놓고 분석 중이다.
이 테이프에 대해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조사에서 2002년 대선직전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과 김영일 당시 사무총장이 ‘국정원의 도청자료’라고 주장한 문건을 실제로 국정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은 정치인과 언론인 등의 통화내용을 담고 있어 여야 간 치열한 정치 공방의 대상이 됐으며, 고소고발 사건으로도 이어졌으나 진위가 가려지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