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금리문제를 놓고 벌이는 설전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두 기관간의 금리논쟁으로 채권값이 요동치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경기상황에 대한 진단과 시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민감한 금리문제를 놓고 대표적인 경제정책기관이 갈등을 빚고 있는 듯한 모습은 보기에도 안 좋을 뿐 더러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다시 말해 금리논쟁은 시장에 혼선을 주고 우리경제의 대외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꼭 의견교환이 필요하다면 책임 있는 당국자끼리 만나 정책협의를 벌여 의견을 조율하는 게 바람직한 방법이다.
이번 금리논쟁의 발단은 지난 8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동결을 결정한 후 박승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경기상황이 우리의 예상대로 간다면 다음달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한 발언에서 시작됐다. 박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상황에 따라 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현행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이 나간 후 채권 금리가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한차례 요동을 쳤었다. 박 총재 발언의 진의가 무엇이든 시장이 오해할 만 한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더구나 박 총재는 이전에도 몇 차례 비슷한 해프닝을 빚은 적이 있다.
가령 지난 6월에는 외국의 한 신문과의 대담에서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비중을 축소하려는 듯한 발언으로 외환시장을 출렁거리게 했다. 당시 급락하는 원화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달러를 투입하는 등 상당한 대가를 치렀다.
책임 있는 고위당국자의 말 한마디가 시장과 경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오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말의 자제. 즉 침묵을 통해 권위를 지켜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들도 기본적으로 금통위 소관사항인 금리결정에 영향을 줄만한 발언을 삼가야 한다. 금리결정은 중앙은행의 고유권한으로 재경부가 개입할 사항이 아니다.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는 무익한 금리논쟁을 그만두고 경제회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