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현대판 조지 오웰의 '1984'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시민들은 모든 행동을 감시당한다. 정부 당국에 비판적인 말을 하느냐에서부터 부부 사이에 사랑을 나누는 일까지, 곳곳에 설치된 감시 장비로 통제를 받는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같은 내용에 숨이 막힌다. 간단한 말 한마디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이 2007년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모 아나운서의 미니홈피가 해킹당하면서 여자 친구(아나운서)와 애정 표현을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지난 29일 인터넷을 통해 유포됐다. 공인이기 전에 인격을 갖춘 개인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인권과 프라이버시가 한순간에 짓뭉개진 것이다. 타인의 홈페이지를 해킹해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퍼뜨리는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는 정보통신망 이용자가 사생활의 침해, 또는 명예 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시키는 일을 막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일부 누리꾼들이 저지른 행위는 범법 행위로 그에 따른 제재를 받아야만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사건으로 여자 아나운서만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일을 다룬 기사들의 댓글에는 피해자를 옹호하는 글들이 많았지만 여자 아나운서가 이제 방송은 어떻게 하겠느냐는 글들이 많았다. 반면 남자 아나운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지적이 없다. 여성이기 때문에 같은 일에 더 책임을 져야 한다거나 피해를 보는 일은 분명 없어야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는다고 했다. 일부 누리꾼들이 자신의 호기심과 재미를 채우는 동안에 두 아나운서는 큰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번 사건으로 방송일에 지장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청춘 남녀가 애정을 표현하는 일에 손가락질을 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촉망받는 두 아나운서가 앞으로 더 좋은 방송을 하는 일에 매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