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은행권 신용 관리능력 키워야

최근 직장 근처에 있는 은행 지점을 찾아가 연 11%대의 금리로 마이너스대출을 받은 이모씨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일을 경험했다. 대출을 받은 며칠 후 그 은행 직원이 이씨가 근무하는 회사 임직원들을 상대로 “연 7%대의 마이너스대출을 해준다”며 대출을 권유하는 모습을 봤기 대문이다. 이씨는 은행을 직접 찾아가 4%포인트나 더 높은 금리에 돈을 빌린 셈이다. 이씨는 은행의 신용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은행권이 자본시장통합법 시대에 대비해 수익원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본연의 기능인 여ㆍ수신 분야에서 리스크 및 신용을 제대로 관리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신용 관리가 필요 없는 주택담보대출 같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에만 몰두했을 뿐 우량고객과 그렇지 못한 고객을 나눠 신용에 걸맞은 대접을 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은 소홀히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내년부터 개별 대출자산의 위험도를 평가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하는 국제협약인 ‘바젤2’를 도입한다. 현재의 ‘바젤1’은 삼성전자에 대한 대출이든 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대출이든 위험가중치가 100%로 똑같다. 하지만 바젤2가 시행되면 개별 기업의 신용 및 리스크를 평가해 개별 대출 건별로 위험 가중치를 따로 계산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신용이 좋은 고객과 그렇지 못한 고객을 세분화해야 하고 이에 맞춰 대출금리 등의 조건을 차등화해야 한다. 바젤2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은행들은 신용 및 리스크 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 지금 은행 고객의 상당수가 자신의 실적과 신용에 맞는 대접을 못 받고 있다고 불만이 많다. 증권사 등 타 금융회사로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가 이것이다. 자통법 시대를 맞아 투자은행(IB) 등 타 금융권 영역을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행 본연의 여ㆍ수신 업무부터 일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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