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피랍자들은 대부분 ‘노예 같은 억류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랍자 21명은 12일 안양샘병원에서 퇴원을 앞두고 가진 합동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에 의한 폭행이나 개종 강요 등 참혹한 피랍생활을 공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따르면 피랍자들 중 일부는 피랍기간 내내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유정화씨 그룹은 구덩이 앞에 서 기관총을 겨눈 상태에서 여러 번 비디오 촬영을 강요당했다.
제창희씨는 해발 3,000m 남부 산악지대에서 노예 같은 토굴생활을 했다. 제씨는 목숨을 담보로 개종을 강요당하기도 했다. 여성들은 화장지가 없어 책을 뜯어 휴지로 사용했고 송병우씨는 복면을 쓴 채 구타를 당하다 구덩이에 빠지면서 가슴뼈를 다치기도 했다.
상당수는 이처럼 폭행을 당하고 살해위협을 받았지만 휴대폰으로 한국의 가족과 통화한 그룹도 있었다. 서명화씨의 경우 함께 있던 탈레반이 아프간식 이름을 지어주면서 우호적으로 대했으며 갖고 있던 휴대폰으로 짧지만 한 번 남편과 통화할 수 있었다.
피랍자들은 또 피랍기간 많은 시간을 이동에 할애했다고 말했다. 고세훈씨 그룹은 24차례, 다른 그룹들도 5~12차례 정도 이동하며 헛간이나 창고ㆍ민가 등 다양한 곳에서 지냈다.
한편 피랍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랍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지만 앞으로 위험지역 선교활동 여부, 구상권에 대한 생각, 선교활동에 대한 견해 등 민감한 질문에는 “교계의 입장에 따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들은 또 “내외신 보도와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 중 잘못된 것이 많아 안타깝다”며 비난 여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