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진료거부 카드를 꺼내들 모양이다. 의협은 내년 1월11일 총파업 출정식을 연 후 구체적인 실력행사 일정과 강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걸핏하면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진료거부 운운하는 의협의 구태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의협은 지난해 6월 포괄수가제 시행을 앞두고 수술거부를 결의하더니 5개월 뒤에는 진료비 개선을 이유로 실력행사에 돌입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의협이 내건 진료거부의 명분은 설득력이 없다. 의료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협은 이른바 '의료 민영화'를 진료거부의 사유로 내걸지만 의료법인에 영리 목적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한 것과 민영화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조치는 병원이 의료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디텔 같은 부대사업으로 만회할 수 있도록 한 규제완화 조치일 뿐이다. 오히려 의료계에 특혜를 줬으면 줬지 손해볼 것이 없다. 그런데도 영리병원의 길을 트고 의료 민영화의 전단계라는 주장은 억지다. 사실관계가 틀리고 있지도 않을 가상의 시나리오를 트집 잡아 환자를 볼모로 삼는 행태는 민영화 괴담으로 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노환규 의협 회장의 발언은 더 가관이다. 노 회장은 지난 23일 "의협이 의료계 총파업을 결의했는데도 국민들의 반감이 거의 없다"고 했다. 대단한 착각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의료대란을 국민들이 지지한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최고의 지성이라고 자부하는 의사들이 억지논리를 전파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처사가 안타깝기만 하다. 의협은 철도파업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와 민영화 괴담에 편승해 여론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의료개혁의 엄중한 현실을 인식하고 이성을 되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