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넒은 대인관계 IR팀장 적임2000년 11월27일 저녁 6시 서울 힐튼호텔. 구자홍 LG전자 부회장과 네덜란드 필립스의 제라르드 크라이스터리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브라운관(CRT)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11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한 LG는 유령처럼 떠돌며 괴롭히던 '유동성 위기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박종호(37ㆍ사진)상무가 지난달 인사에서 '최연소 임원'이 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게 내부의 평이다. M&AㆍIR 팀장을 맡고있는 박 상무는 권영수 재경팀장을 비롯 문덕식ㆍ허성 상무와 함께 '재무 4인방'으로 불린다.
"주위의 칭찬과 달리 좋은 성과는 아니었다. 정말 잘 했다면 아예 그런 루머에 시달리지 않았어야 했다. 다만 계약 타이밍을 잘 맞춰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고 세계적인 기업과 전략적 제휴로 '세계 1위' 기반을 마련한 것은 보람으로 느끼고 있다."
박 상무의 이런 말에 주위에서는 달리 평한다. 지난해 9월 LG정보통신과의 합병, 외국 금융기관인 CSFB(크레디스위스퍼스트뱅크)에 자사주 매각, 필립스와 상환우선주 발행 합의 등 굵직굵직한 사안의 실무를 매끄럽게 처리한 주역이라는 것.
합리적이면서도 친화력이 강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직속 상사인 권영수 팀장은 "광범위한 전문지식ㆍ정보 수집력, 폭 넓은 대인관계를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책임감이 강하다"고 말했다. 특히 솔직ㆍ담백한 성격으로 정직이 생명인 IR팀장으로는 적임자라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 대학원(회계학)을 졸업한 뒤 재경부 서기관을 거쳐 99년 수석 금융부장으로 특채 돼 LG에 입사했다.
취미는 '상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농구 & 축구'다.
최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