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중국 방문은 여러 포석이 깔린 행보였다.
한반도 최북단 접경인 중국 투먼(圖們)에서 시작해 무단장(牧丹江)~하얼빈(哈爾濱)~창춘(長春)을 거친 행보는 북중 경제협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예상을 뒤집고 이뤄진 김 위원장의 다음 일정은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를 안착시키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김 위원장은 창춘에서 무려 2,000여㎞를 30시간 가까이 달려 양저우에 도착해서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만났다. 장 전 주석은 현직이 아니면서도 상하이방의 최대주주로서 여전히 현실권력이라는 점을 김 위원장은 주목했다. 옛 친구인 장 전 국가주석을 만나 후계구도와 관련해 '우군'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짙다.
특히 내년 10월 제18차 당대회에서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시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상하이방 계열이라는 점은 김 위원장에게 중요한 포인트였던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한 김 위원장은 열차를 다시 북쪽으로 돌려 방중 엿새째인 25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물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연쇄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후계구도' 안착을 위한 시도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후계구도와 관련해 중국의 분명한 태도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권력 승계를 공식화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에 대해 중국 지도부가 섣불리 대응하지 않고 있어 만족스러운 답을 얻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후 주석을 정점으로 한 중국의 제4세대 지도부가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북한의 차기 지도자로 공식 인정하는 데 약간 망설이는 모습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