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5년부터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키로 하는 등 보유세를 대폭 인상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동산시장은 설상가상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올해부터 1가구 3주택자 이상에 대한 양도세 60% 중과조치가 시행되면서 주택 보유 욕구가 상당히 꺾인 상태다. 여기에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될 경우 다주택자들은 ‘세금 직격탄’을 맞아 결국에는 집을 팔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주택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따른 매물까지 쏟아질 경우 부동산시장의 체감 온도는 급전직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주택 소유자 ‘직격탄’=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면 2가구 이상 다주택자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다주택 보유자들이 많은 서울 강남과 분당ㆍ용인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향후 파장을 알아보려는 전화가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 분당의 한 중개업자는 “세금이 얼마나 오르는지, 매매시기는 언제가 좋은지 물어오는 다주택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지난 4월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이후 거래량이 현격히 줄었는데 보유세까지 오르면 부동산시장은 동면 상태에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강남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종합부동산세는 당초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도입하기로 한 것”이라며 “주택거래신고제와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등 각종 규제로 집값이 떨어지는 판에 보유세까지 크게 올리겠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주장했다.
물론 지금 당장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쏟아지는 투매현상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면 부동산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거래 숨통은 터 놔야= 서울 등 전국 주요 지역이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어 부동산을 사고 팔 때 내는 취ㆍ등록세와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되는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올리면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박정우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제 개편 공청회에서 “건설경기와 부동산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 마당에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 국가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다주택 보유자들이 내놓은 매물이 소화될 수 있도록 거래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거래세는 한 해 13조원에 달하는 반면 보유세(재산세)는 2조5,000억원 수준에 그쳐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더라도 거래세 인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다주택자가 집을 줄이려면 누군가가 집을 사야 한다”며 “투기지역을 풀거나 일시적으로 거래세를 낮춰 거래가 막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