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사립대 학교법인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재정난을 겪는 대학들의 숨통도 조금이나마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적립금을 활용한 금융투자에서 다수의 대학이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리·감독이나 체계적인 운용 시스템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는 올해 6월 사립대 법인이 교육에 활용하지 않는 유휴 토지나 건물을 수익용으로 바꾸는 절차를 간소화는 내용으로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재산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은 사립대의 특성상 재정난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대학들의 막무가내 식 투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4년제 사립대 적립금 금융상품 투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42개교 중 절반이 넘는 25개교가 손실을 기록했다. 해당 학교들의 손실액은 270억 원, 42개 전체 대학 손실액은 183억 원에 달했다.
최근 3년간 사립대의 금융상품 투자금액은 2019년부터 1조 3495억 원, 1조 4301억 원, 1조 4642억 원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투자수익률은 2019년 0.9%, 2020년 2.5%였으나 2021년 ?1.3%를 기록하며 손실을 기록했다. 투자원금이 1억 원 이상인 사립대 중 수익률이 가장 낮은 곳은 영남대로 손실률이 무려 96.5%에 달했다.
반면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등 해외 유수 대학들은 기금운용사를 통해 막대한 기부금을 굴리며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국내 대학들도 전문성을 갖춘 기금 운용 시스템으로 투자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사립대 교수는 “대학들도 정부 지원만 바라기보다는 기금 수익을 높이기 위해 전문성을 제고하는 등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다만 해외에 비해 운용 규모가 작은 만큼 기금운용사보다는 교직원공제회를 활용하거나 사학진흥재단의 기능을 확대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