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손목을 부치다

유홍준


편지를 부친다는 게 손목을 부치고 운다

편지를 쓴다는 게



자서전을 쓰고

운다



세상에, 주소를 쓰면

관련기사



언제나 제 주소를 쓰고

편지봉투 같은 바지 하나 벗지 못하는 네가

손톱 같은 우표 한 장 붙이지 못하는 네가

근이양증(筋異養症), 근이양증…… 편지를 부친다는 게 손목을 부치고 운다

울지 말아요. 근이양증으로 떨며 편지 한 장 부치지 못하고 돌아오는 그대. 네 걱정을 한다는 게 내 푸념만 했다고 울지 말아요. 모든 글은 자서전이고, 모든 그림은 자화상이며, 모든 음악은 제 박동을 노래하죠. 세계는 내가 본 세상이며, 나는 세계의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이죠. 저곳으로 떠난 모든 여행이 궁극 이곳으로 돌아오죠. 보낼 곳 없어서 쓴 당신의 주소는 제대로 된 수신처죠. 저무는 한 해에 겪은 내 슬픔을 내게 부쳐 봐요. 울음 쏟아낸 맑은 얼굴로 새해를 맞아요.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