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활기찬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듯 보인다. 사실 자멸적인 관세, 임의적인 연방 공무원 감원, 합법 이민자들의 취업허가 박탈, 이해충돌, 법치주의 해체 등 트럼프의 거침없는 행보는 월스트리트와 메인 스트리트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앞에서 열거한 사안들은 경기침체 위험이 증가하고 시장이 최근의 정점에서 최소한 10%가 하락하며 조정국면에 들어선 이유 중 일부다. 투자자와 기업은 트럼프가 그들이 원하는 감세와 규제 해제 같은 정책을 시행하고 원치 않는 정책은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가정했다. 다시 말해 트럼프의 아젠다를 그들의 희망사항으로 대체해가며 지난 한 해를 보낸 셈이다.
한 은행가는 “돌이켜보건대 우리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성격이 어떨지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며 후회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이 명시적으로 제시한 정책 목표인 평화와 번영을 스스로 해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우군과 보좌관들도 대통령의 파괴적인 결정에 동요하고 겁먹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자기파괴적 아젠다는 암시가 아니라 명백한 텍스트였다. 그는 대중유세 연설에서 기업세 공제보다 무역전쟁과 자신의 적에 대한 복수 판타지를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아마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주고받기 식의 거래를 중시하기 때문에 통제가 가능하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아니면 불가피한 시장 손실이 그를 진정시킬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트럼프 집권 1기에 대통령 집무실의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반무역 문건을 백악관 경제고문이 비밀리에 치워버렸던 것처럼 집권 2기에도 그의 측근들이 대통령의 끔찍한 충동을 막아낼 것으로 가정했을지 모른다.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트럼프의 인사 기준은 건전한 판단력이나 법에 대한 존중보다 자신에 대한 개인적 충성이 우선이다. 한때 시장의 신임을 얻었을 법한 극소수의 집권 2기 내각 구성원으로 이른바 ‘방 안의 어른’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인사들은 줏대가 없거나 무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스콧 베센트 재무부장관의 첫 번째 공식 조치는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성부(DOGE)가 민감한 연방 지급결제시스템에 침투하도록 허용하는 것이었다.
영향력을 지닌 트럼프의 ‘예스맨’ 고문들은 멍청하기 짝이 없는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합리화하거나 고무하는데 열을 올린다. 무역 담당 보좌관인 피터 나바로는 “경제전문가로서 나의 기능은 (트럼프의) 직관력을 확인하는 기본적 분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나바로는 이전에 국내 철강산업체에 고용된 현 행정부의 여러 고위 관리 중 한 명으로 지금은 트럼프에게 미국 철강산업의 이익을 위해 파괴적 무역전쟁을 벌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트럼프가 취임하기 훨씬 이전에 나온 공공기록물에 나와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지금에서야 그 내용을 파악했다는 말인가?
분명히 말해 필자는 이런 결과를 완전히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반 유권자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언론사는 트럼프가 제품 가격을 낮추고 불임치료를 무료화하거나 이주 갱단원들을 단속할 것이라고 잘못 믿었던 트럼프 지지자들의 후회막심한 모습을 소개한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제서야 대통령의 정책으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손실을 입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트럼프의 경제 아젠다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기업의 임원과 시장 분석전문가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확한 전망을 내리고 점진적인 규제 및 법제화 작업의 진전을 살피는 게 그들이 거액의 돈을 받는 이유다. ‘관세맨’(Tariff Man)이 관세를 올릴 것이고 모든 안전장치가 해체될 것이라는 사실을 적어도 그들은 알아차렸어야 한다. 하지만 기업 임원과 시장분석가는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눈 뜬 장님이었다.
물론 누구나 실수를 한다. 순진하게도 필자 역시 민간부문이 트럼프의 선을 넘는 불규칙한 행동에 대한 방화벽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기업은 재산권과 법치주의가 안정적인 기업환경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일대학교가 최근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듯 임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응답자들의 대다수는 시장 손실이 지금의 두 배 혹은 세 배 이상이 돼야 기업 임원들이 트럼프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