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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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이 오는 속도는 막 걸음마를 배운 아기가 아장아장 걷는 정도라고 한다. 사람의 아기야 몇 미터도 못 가 주저앉지만, 봄은 도랑도 철조망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낮으로 걷는다. 그 걸음을 따라 봄꽃들이 북상한다. 봄꽃들은 어떻게 제가 꽃 피울 때를 아는 걸까? 점점 해가 길어지는 걸 예민하게 포착하는 광수용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은 자연의 온도만이 아니라 사회적 온도를 포착하는 수용체가 따로 있는 듯하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봄빛이 완연해도 ‘춘래불사춘’을 말한다. 실경(實景)과 심경(心境)에 모두 봄이 오기를!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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