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트라우마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가 인간을 소유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이 트라우마를 통제할 수 없고, 오히려 트라우마에 지배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트라우마가 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우리는 건강한 마음의 방파제를 쌓아야 합니다. 바로 그 방파제가 회복탄력성입니다. 상처를 받았어도 다시 일어서는 마음의 힘, 그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입니다.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여러 방법 중에 하나가 ‘나로부터 시작되는 변화’의 힘을 실험해 보는 것입니다. 출근길 교통체증 때문에 매일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매일 1시간 일찍 자고 1시간 일찍 일어나 일찍 출근하면 차도 덜 막히고 아침에 운동할 시간도 벌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무조건 세수하기도 전에 글을 쓰는 훈련인 ‘모닝페이지’는 회복탄력성 훈련에 매우 좋습니다.
아무리 힘든 날에도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내 마음의 주인은 나임을 발견하는 치유의 시간이자 창조의 시간이 됩니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지요. “이 세상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 그렇게 타인을 바꾸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나부터 바뀌는 실천을 통해서만 트라우마는 치유되고 삶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마음 치유 훈련 중 하나는 ‘동일시’입니다. 동일시, 즉 내 바깥의 존재를 나 자신의 일부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서 역경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배울 수도 있고, 악당을 통해서는 이런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각성을 하게 됩니다. 저는 글쓰기의 롤모델로 버지니아 울프와 헤르만 헤세를, 삶의 롤모델로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모범으로 삼아 보았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처럼 생이 끝날 때까지 열정적인 글쟁이가 되고 싶고, 헤르만 헤세처럼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와 정원 가꾸기를 하며 삶을 아름답게 하루하루 수놓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인생에서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온갖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벗하며 조용하고 차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들을 롤모델로 하여 소중한 하루하루를 아름답게 가꾸고 싶으신가요. 삶의 영역별로 한두 명씩 ‘멋진 사람들’을 찾아 ‘내 마음의 이상향’을 늘려나가 보시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상처를 줄 확률이 높은 사람과는 과감하게 인연을 끊거나 연락을 거의 하지 않는 것도 스스로를 보호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스콧 펙은 “우리는 죽는 날까지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동시에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대로 사는 법과 아름답게 이 세상을 떠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책을 읽고 타인의 지혜를 구하는 것이 아닐까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내가 나를 지키는 최고의 검투사이자 최고의 변호사이자 최고의 보호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치유는 더 나은 삶을 향해 우리를 이끌어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