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기, 미래에 대한 예측에 관심이 더욱 커진 시기에 기업들은 순도가 높은 정보에 대한 욕구는 높으나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의 옥석을 가리는데 많은 애를 먹는다. 요즘은 누구나 카톡으로 지라시를 받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증권가를 중심으로 미확인된 정보를 지라시라는 형태로 소수에게 돌렸는데 유튜브 등이 활성화되면서 누구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생성하고 유통시키면서 우리는 ‘지라시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지라시를 통해 어느 정도 신뢰성 있는 정보를 얻기도 했는데 개인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하는 많은 정보가 진실과는 괴리된 허무맹랑한 것들이 많다.
사업 전략을 세우고 규제에 대응하며 사회와 소통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자원인 정보를 보다 정제된 형태로 받고자 하는 기업들의 요구는 높지만 현실은 정제된 형태로 제공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정책 입안자의 발언, 입법 예고안, 이해관계자의 주장, 언론 보도, 여론조사, 소셜미디어 담론 등 수 많은 형태의 정보들이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신호’의 역할을 하기 보다는 ‘소음’에 가깝다.
대니얼 카너먼은 ‘노이즈: 생각의 잡음’에서 인간의 판단이 왜 잘못되는지를 설명하면서 편향(bias)만큼이나 판단의 일관성 없는 변동성, 즉 노이즈(noise)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정부, 의회, 시민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기업이 정책 환경을 해석하고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양보다 정보의 순도를 먼저 따져야 한다. ‘정보를 얼마나 모았는가’보다 ‘무엇을 걸러냈는가’가 사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다. 퍼블릭 어페어즈가 필요한 이유이다.
기업이 정책 대응을 둘러싼 의사 결정을 할 때, 내부 논의 과정에서 얼마나 정밀한 정보가 쓰였는지, 이해관계자들과 대화에서 얼마나 전략적으로 정보를 배열했는지가 중요하다. 규제 환경을 바라보는 분석의 정교함, 정보를 전달하는 언어의 균형감, 그리고 침묵할 때와 발언할 때를 구분할 수 있는 전략적 분별력이 퍼블릭 어페어즈의 품질을 결정짓는다.
그 점에서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는 탁월한 사례다. 유럽연합이 도입한 화학물질 규제 REACH는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규제였지만, 많은 기업들이 불확실성과 복잡성에 당황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무엇보다 기다려보면 산업의 입장을 반영해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보고서들을 보면 환경에 대한 EU의 의지를 과소평가했다. 반면 바스프는 초기 단계부터 정책 흐름을 정보로 분석했다. 입법 동향, 추진 세력의 의도, 규제 대상의 세부 범위를 면밀히 해석해 자사 제품의 리스크 수준을 계량화했고, 내부적으로는 전사적인 이행 로드맵을 설계했다. 더 나아가 고객사, 공급망과의 정보 연계를 강화해 ‘규제 대응 선도 기업’으로 신뢰를 확보했고, 결국 경쟁사들보다 앞서 REACH에 부합하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는 단지 규제를 이행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책을 전략화하고 경쟁 우위로 전환한 전형적인 사례다. 반면 규제 문서의 복잡성에 휩싸여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한 기업들은 시장 내 입지를 잃었고, 일부는 생산 중단까지 경험해야 했다.
미국의 존슨앤존슨(J&J)의 오피오이드 남용문제에 대한 전향적이고 진취적 결정은 제대로 된 퍼브릭 어페어즈 전략의 구사로 기업의 위기가 오히려 도약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마약성 진통제였던 오피오이드는 뛰어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중독성 때문에 오랜 기간 사회문제가 되고 있었다. 미국 전역에서 오피오이드 남용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제약기업들은 전방위적인 소송과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제약회사였던 J&J는 다른 제약사들과 달리 방어적 입장을 취하는 대신 제품 유통 구조, 처방 트렌드,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자사의 책임 범위를 정확히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뉴욕 주정부와 가장 먼저 합의했다. 제품 판매 중단과 2억3000만 달러의 배상금은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이 선제적 조치는 존슨앤드존슨을 문제 해결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이 합의에 대해 연방의원들과 전문가를 포함한 사회지도층이 J&J와 뉴욕주의 합의에 지지성명을 내는 등 그 결정을 칭찬했다. J&J는 오랜 기간 유지해 온 명성을 지킬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바스프, J&J는 ‘정보’를 그저 수집하거나 반사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니라, 명확히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함을 잘 보여준다. 퍼블릭 어페어즈의 본질은 정책 대응이 아니라 정보를 맥락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에 있다.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정보로 조기에 포착하고, 이해관계자 간의 정합성을 설계하며, 리스크를 전략으로 치환하는 일이야말로 오늘날 기업에게 요구되는 진짜 정보력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트럼프의 관세정책도 마찬가지다. ‘미국도 힘들텐데 설마’하는 기대와 정확한 정보의 부족으로 많은 기업들이 플레이어(player)보다는 관중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실 이번에 발표된 USTR의 ‘2025 나라별 무역장벽보고서’의 내용은 매년 발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만나면서 그 중요도가 높아졌다. 맥락이 변하면 정보의 중요도도 변한다. 때문에 사실만을 파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까지 포괄해서 봐야 소음이 정보가 된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진짜 질문은 단순해진다. 지금 이 정보는 신호인가, 소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