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우리보다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가 더 큰 일본, 유럽연합(EU)보다 더 높은 수준인데요. △우리가 미국에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 △국정공백으로 정상외교가 올스톱된 점 △고율 관세를 매겨도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국은 또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이 같은 기본관세는 5일부터, 국가별 관세는 9일부터 시행됩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기존 부문별 관세와 이번 상호관세가 합산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관세는 25%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결코 낮지 않은 관세율을 받아들면서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 길에 차질이 생겨 우리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지게 됐습니다.
EU 대미흑자, 韓 3배인데…세율은 20%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공개했습니다. 중국이 34%, EU는 20%, 베트남은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입니다. 이 외에 태국이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영국 10%, 남아프리카공화국 30%, 이스라엘 17% 등으로 설정됐습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54%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존에 매겼던 20%에 이번 상호관세율 34%를 더한 수치로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에 무역보복을 할 수 있는 나라, 미국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받았습니다. 미 상무부 통계를 보면 미국은 지난해 EU로부터 2356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봤습니다. 한국(660억달러)보다 3배가 넘죠. 하지만 EU가 대대적인 보복을 예고하면서 EU는 우리보다 낮은 20%를 받아들었습니다. 취임 후 틈만 나면 EU의 안보 무임승차, 무역불균형을 비판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는 685억달러로 역시 한국보다 많지만 관세율은 24%로 소폭 낮았습니다. 이날 관세율 표에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1718억달러인 멕시코, 633억달러인 캐나다는 표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이번 관세정책 대상은 아니지만 펜타닐 위기 등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에는 여전히 적용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악관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USMCA) 협정을 준수하는 자동차 및 기타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4월 2일까지 면제해주기로 했지만 아직 추가 연장은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관세도 발표…주식 선물 급락
다만 백악관은 상호관세는 기존에 발표된 자동차와 철강 관세에는 합산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백악관에 공개한 상호관세 팩트시트에 따르면 자동차와 철강 등 일부 상품은 상호 관세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됩니다. 여기에는 △무역법 232조에 따라 관세가 부과된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자동차 부품 △구리, 의약품, 반도체, 목재 △앞으로 무역법 232조에 따라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모든 품목 △귀금속(금괴) △미국에서 확보할 수 없는 에너지와 특정 광물 자원이 포함됩니다. 이에 따라 기존 25%의 자동차 관세를 고려할 때, 이번 부과로 미국 수출에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는 50%(25%+25%)가 아닌 자동차 관세만을 적용한 25%가 될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결코 낮지 않은 상호관세율을 받아들면서 우리의 대미 수출에는 비상등이 들어왔습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스턴 비즈니스스쿨 연구 결과를 인용해 미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상대국이 동일한 보복 조치를 단행할 경우 한국의 수출 감소율은 7.5%를 기로하고 1인당 국민소득도 1.6%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특히 우리 가전기업들은 베트남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경우도 많은데 베트남이 46%의 관세율을 부과받아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에 대한 10%의 보편관세도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매기되, 앞서 열거한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설명한 그 숫자를 그대로 부과받게 됩니다. 대선 때의 보편관세를 현실로 옮긴 것으로 미국 주식 선물시장은 급락했습니다. S&P500 선물은 1.9%, 나스닥 100선물은 2.7% 미끄러졌습니다. 블룸버그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조치의 근거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를 활용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IB) 에버코어ISI는 이번 조치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약 30%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