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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잡으려면 국가혁신체계 다시 짜야 [이민형의 과학기술혁신 짚어보기]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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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혁신시장은 기술패권화 흐름과 함께 국가 간 혁신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혁신 강자인 미국은 미래기술을 앞세워 질주하고 중국이 맹렬히 추격하는 G2 중심의 혁신경쟁체제가 펼쳐지는 중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기술력을 앞세워 신산업과 시장을 선점하자 이들과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유럽 및 아시아 선진국들은 파괴적 혁신을 창출하는 첨단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그 돌파구로 각광받는 대안이 미국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모델이다.



DARPA는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 충격을 계기로 1958년에 설립된 미국 국방부(DOD) 산하의 연구개발 기획평가관리기관이다. 이 기관은 미국의 기술적, 전략적 우위 선점을 목표로 도전적인 과제를 발굴하고 해결해 뛰어난 혁신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군의 레이다망을 피하기 위한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무인항공기, 군사용 로봇과 같은 국방전략기술의 확보뿐만 아니라 기술이전을 통해 인터넷, GPS, 인공지능(Siri), 드론, 자율주행, 의료용 백신 등과 같은 파괴적 혁신기술들을 탄생시켰다. 그로 인해 혁신강국인 미국에서 DARPA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영국, 독일, 일본 등 혁신경쟁국들은 미중과 벌어지는 혁신격차를 줄이기 위해 DARPA를 모방한 혁신적인 연구개발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국가마다 구체적인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들 모두 도전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첨단기술 확보와 획기적인 혁신성과 창출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대했던 혁신성과 창출이 잘 보이지 않는다. 원인은 도전적인 연구개발에 집중한 기술 확보만으로는 파괴적 혁신 창출에 요구되는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DARPA 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은 임무 달성을 위한 도전적인 연구개발 추진이나 연구개발 수행에 전권을 가진 PM(Project Manager) 제도와 같은 연구관리 방식에 주목한다. 정작 중요한 도전 임무의 설정 조건은 간과된다. DARPA는 일반적인 공공수요가 아닌 군사전략적 우위 확보를 위해 현장에서 확보되어야 하는 명확한 필요수요를 도전 임무로 설정한다. 그리고 이를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해결한다. 국방에 필요한 사항이 민간에도 통용되는 것이면 개발된 기술은 민간에 이전되고 거대한 시장수요로 이어진다. 일례로 핵 공격에 대비한 안전한 정보관리를 위해 서버를 여러 곳에 분산 배치해야 하는데 이를 연결하기 위해 개발된 알파넷(ARPAnet)은 민간의 연결 네트워크 수요와 만나면서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인터넷으로 발전되었다.

DARPA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분야와 달리 거대한 조달시장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수용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혁신시장은 기업에게 기술혁신 참여를 유인하고 조달가능한 수준으로 신기술의 완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개방적인 연구네트워크는 민간으로 첨단기술의 이전을 촉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러한 안정적인 혁신시장의 존재와 개방적인 협력 체계, 시장의 혁신 수용이 DARPA의 차별적인 혁신성과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DARPA는 일반적인 공공연구개발과 유사한 과정을 거치지만 그 내용은 완전 차별적이다. 특히 도전의 필요성과 내용이 명확하고 쉽게 제시되고, 기술개발 및 개발 기술의 사업화 과정은 모두 혁신을 향해 유연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성과 창출 여건에도 최근의 혁신환경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사업화 성과 창출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첨단기술의 상업화 중요성은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슈미트가 설립한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SCSP(Special Competitive Studies Project)의 미중 간 주요 전략기술분야 경쟁력 분석 보고서(Welcome to the Arena, 2025)에서도 제기된다. 미국이 주요 기술분야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중국은 제조업 역량을 기반으로 상업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통해 격차를 줄이거나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첨단 기술혁신 경쟁에서 기술개발 전략 못지않게 상업화와 시장전략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술패권화에 따른 글로벌 혁신경쟁체제에서 혁신 강국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의 전략적 위치를 점검하고 재설정해야 한다. 특히 도전적인 연구개발체계를 넘어 시장의 혁신전략 강화를 포함하는 국가혁신체계의 재구성을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 여건에 맞는 독창적인 혁신전략으로 우리만의 혁신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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