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월등하게 스코어가 좋을 때 ‘다른 코스 가서 쳤냐’는 말이 나온다. 3일 부산 동래베네스트GC(파72)에서는 열아홉 김민솔(두산건설)이 그런 얘기를 들었다.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언더파 64타를 쳤는데 2위 스코어가 4언더파다. 김민솔은 7개 홀 연속 신들린 버디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대회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인 두산건설 위브(We’ve) 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 1라운드. 개막전을 태국에서 치렀기에 이번 대회는 ‘국내 개막전’이다.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이 부산에서 열리기는 18년 만. 명문 회원제 코스인 동래베네스트에서 KLPGA 투어 대회 개최는 42년 만이다. 첫날부터 많은 관중이 대회장을 찾은 가운데 드림(2부) 투어가 주무대인 김민솔이 주최 측 추천 선수로 나와 깜짝 쇼를 펼쳤다. 178㎝의 큰 키로 최장 297야드의 초장타를 뽐냈다.
2번 홀에서 첫 버디를 잡더니 8번 홀까지 7연속 버디 파티를 열었고 9번 홀(파5) 파로 쉬어간 뒤 10·11번 홀(이상 파4)을 또 버디로 적었다. 11개 홀에서 버디만 9개로 9타를 줄인 것이다. 컴퓨터 같은 아이언과 웨지로 탭인 버디를 떨어뜨리는가 하면 5~10m 버디도 쏙쏙 넣었다.
최장 연속 버디 기록은 2015년 5월 E1 채리티 오픈 최종 3라운드 때 조윤지의 8홀. 다소 늦게 불꽃이 일어 우승까지는 못 갔고 공동 3위에 만족했다. 여유로운 단독 선두를 달린 김민솔은 우승까지 내달린다면 곧장 KLPGA 정규 투어 시드를 얻지만 2위 이하면 상금 랭킹에 반영되지도 않아 ‘신분’에 변화는 없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 멤버인 김민솔은 아마추어 세계 랭킹 2위까지 찍은 대형 유망주였지만 지난해 7월 프로 전향 후에는 드림 투어에서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정규 투어 시드전도 떨어졌다. 새 코치와 함께 뉴질랜드 겨울 훈련 동안 준비한 성과가 ‘후원사 대회’를 통해 드러나는 듯도 싶다.
김민솔은 “초반부터 버디가 연속해 나와 신났다. (연속 버디가 끊긴 뒤 나온) 10번 홀 버디가 큰 힘이 됐다. 후반 파5 홀에서 버디를 놓친 것은 아쉽다”고 했다. 동래베네스트 라운드 경험은 네 번 있었다고. “지난주 드림 투어 대회(시드전 5위)를 치르고 와서 그린 스피드 차이가 너무 컸고 그래서 넣는 것보다 붙이자는 마음으로 했다”는 김민솔은 “1월부터 두 달간 뉴질랜드 훈련을 통해 마음가짐과 기술을 다잡았다”고 밝혔다.
황유민은 홍정민과 4언더파 공동 2위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티샷 미스를 내고도 두 번째 샷부터 퍼트까지 거의 완벽하게 해내 버디로 마무리했다. 2023년 신인상 포인트 2위에 올랐던 그는 가녀린 체구에서 나오는 반전의 장타로 지난해는 인기상을 받았다. 지난해 성적은 우승 한 번에 준우승 네 번. KLPGA 투어는 경기력 데이터 분석을 통해 2025시즌 파워 랭킹 1위를 황유민으로 꼽았다. 올 시즌의 여왕에 등극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뜻이다. 개막전 태국 대회 공동 4위에 이어 국내 개막전 출발도 좋다.
파워 랭킹 2위의 박현경은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맞바꿔 이븐파로 출발했다. 지난 시즌 3승을 올린 박현경은 공동 다승왕에 상금·대상 부문 2위를 했다. 3관왕 윤이나는 미국에 진출해 신인으로 돌아갔다. 황유민과 같은 조로 경기한 ‘지존’ 신지애는 늑장 플레이에 따른 1벌타를 더해 2오버파라 컷 통과가 쉽지 않다. 개막전 우승자 박보겸도 4오버파로 부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