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모 상병 순직 사고 조사와 관련해 항명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이 항소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4-1부(재판장 지영난)는 17일 상관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대령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지만, 박 대령은 군복을 입고 직접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박 대령 측은 윤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변호인 측은 “원심에서 이 사건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2023년 7월31일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여부와, 당시 장관 및 사령관 지시의 적법성 판단이 주요 쟁점이 된 바 있다”며 증인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박 대령 측은 1심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신분을 고려해 사실조회로 대체했지만 답변이 불성실했다고 지적했다. 군검찰의 경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등 군 관계자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군검찰은 “참고인 진술 등에 비춰볼 때 해병대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인정되는데도, 원심은 지시가 없다고 판단해 사실을 오인했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또 공소장 변경과 관련해서는 “다음 기일 전까지 최대한 빠르게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군검찰은 “원심에서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명령을 인정했다”며 사령관 외에 장관 명령에 대한 항명도 공소사실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박 대령 측은 “명령의 주체와 동기 등이 다른 만큼,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변경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냈다.
재판부는 양측에 2주 이내로 구체적인 증거신청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양측 모두 항소이유서나 피고인 답변서에서 언급한 것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말씀하고 있다”며 “증거 결정과 채택 여부를 정한 후 공판기일 진행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데 준비 절차에서 너무 많은 말씀이 오가면 판단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민간 경찰에 조사 기록 이첩을 보류하라는 사령관의 지시에 항명한 혐의로 2023년 10월 기소됐다. 올해 1월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사건 당시 박 대령에게 명확한 이첩 보류 명령이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