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홍콩증시가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최상위권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기준 홍콩항셍지수는 16.43%, 홍콩H지수는 16.25% 올라 한국 코스피(9.48%), 미국 S&P500(1.30%) 대비 크게 올랐지요.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37%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초 저비용·고효율 인공지능(AI) 딥시크가 등장하면서 기술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후 미중 무역 갈등 격화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여기에 애국 투자 열기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난 덕분입니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인 CATL의 상장도 임박했습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 업체인 CATL은 20일부터 거래를 시작해 홍콩 시장에서 최대 53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입니다.
홍콩에 대한 투자심리는 계속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기술주 랠리가 이어진 데다 트럼프 관세 폭격을 맞은 중국 정부가 내수 부양을 위해 과감한 돈풀기에 나섰거든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금융기관들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추기도 했습니다. 지준율이 낮아지면 더 많은 자금을 대출이나 투자로 돌릴 수 있어 통화량이 늘어납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시장에 1조 위안(약 193조 원)의 유동성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홍콩 시장에 대한 투자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남향자금(중국 본토에서 홍콩 증시로 유입된 자금) 전망치를 기존 750억 달러에서 1100억 달러로 46.67% 올려잡았습니다.
킹거 라우 골드만삭스 중국 주식 전략 책임자는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에 대해 "아직 매수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분석하며 앞으로 12개월 동안 홍콩H주는 약 12%, 중국 본토 A주는 약 17% 상승할 것으로 전망을 내놨습니다. 다만 미국과의 무역 휴전 진척 사항 등을 고려해 정책 수혜 섹터 중심으로 선별 투자할 것을 권고했어요.
그가 꼽은 집중 추천 섹터는 AI와 서비스업, 은행·부동산 등입니다. AI의 경우 딥시크의 저가 고성능 LLM(대규모 언어 모델) 모델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 플랫폼 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 데이터 센터·클라우드 사업자에 대한 관심을 늘릴 것을 추천했어요. 하이퍼스케일러란 막대한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자원을 운영하면서 수억 명의 사용자들에게 클라우드·AI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대형 기술 기업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미국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클라우드 등 기업으로,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화웨이클라우드 등이 해당되겠네요.
골드만삭스는 교육과 여행, 호텔, 외식, 스포츠 등 서비스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의 은행 및 부동산 부문에 대해서도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는데요.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으로 수혜를 입는 종목이고, 높은 배당 수익률이 매력적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부동산에 대해서도 초기 회복 조짐을 확인했으며 낮은 밸류에이션을 고려할 때 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다고 봤습니다.
미 달러 대비 위안화 강세도 중국 주식 투자에 좋은 환경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중반까지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까지 절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 기업들의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도 긍정적인데요. 지난해 중국 상장 기업의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 규모는 3조 4000억 위안(약 472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도 기업들의 주주환원이 전년대비 10% 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