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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정적' S&P500ETF마저 1년내 처분…세금도 되레 단타에 유리

■단타 놀이터 된 국장…ETF 하루 거래금액 코스피 절반 돌파

버핏도 "S&P500이 최선" 강조

국내 개인은 평균 열달 보유 그쳐

누적 종합과세 탓 장투땐 稅 2배

변동성 커진 환율도 단타 부추겨

19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19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200조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지만 장기 투자 문화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대표적 장기 투자 상품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ETF조차 평균 보유 기간이 1년을 넘지 못할 정도로 단기 매매에 치중하는 투자 문화 탓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과도하게 공격적인 투자 성향으로 레버리지 등 단기 매매만 집중할 뿐 성과가 보장된 적립식 장기 투자를 외면하면서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의 데이터센터 분석 결과 개인투자자들이 일반 계좌를 통해 보유한 ‘KODEX S&P500 ETF’와 ‘KODEX 나스닥100 ETF’의 평균 보유 기간은 각각 320일, 338일로 집계됐다. 유행을 좇는 테마형 ETF와 구분해 최소 수년 동안 꾸준히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인식과 달리 두 상품 모두 1년도 보유하지 않는 셈이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가 가장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S&P500과 나스닥100 추종 ETF를 꼽는다. 두 지수 모두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 성장에 베팅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두 지수 모두 1980년대 이후 장기 우상향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가치투자의 대가’인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도 “대부분의 투자자는 저비용 S&P500지수 펀드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장기 투자에 필수인 상품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2020~2024년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각각 14.71% 21.80%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상승률 3.45%, 4.2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처럼 성과가 월등한 S&P500·나스닥 등 미국 대표 지수도 1년 이상 장기 투자하지 않는 상황에서 코스피·코스닥 등 국내 증시에 대한 장기 투자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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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이 장기 투자를 하지 않고 레버리지·인버스 등 단기 투자에 몰두하는 건 세제 등 각종 정책이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투자에 우호적이어서다. 정부는 올해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면서 증권거래세도 0.18%에서 0.15%로 낮췄다. 증권거래세가 낮아질수록 거래량이 늘고 단기 매매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금융소득 최고 세율도 49.5%로 미국(37%)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장기 보유에 따른 세제 혜택이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 소득은 배당소득으로 과세돼 2000만 원 초과분에 대해 최고 49.5%의 누적 종합과세가 적용된다. 매년 2000만 원씩 3년 동안 6000만 원 소득을 실현하면 세금이 924만 원에 불과하지만 3년 동안 장기 보유한 후 한 번에 소득 6000만 원을 실현하면 세금이 228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대선 후보들이 장기 투자 혜택을 강조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0대 공약을 통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 확대 등 장기 주식 보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언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최근 한 토론회에 참석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투자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을 잡지 않고서는 장기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ETF를 통한 장기 투자로 성과를 낼 여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현대차증권 분석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주택(3.3㎡당 평균 매매 가격 기준)의 10년 수익률은 157.8%로 코스피지수(25.3%)를 크게 앞지른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20~30대 투자자들이 과도한 위험 추구 성향을 보이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는 공포심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불안이 S&P500 등 미국 지수형 ETF에 대한 장기 투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달 하루 평균 원·달러 환율의 변동 폭은 25.26원으로 올해 3월(9.79원)과 4월(14.85원)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됐다. 미국 관세정책과 한미 환율 협상 등 대내외 정책 불확실성으로 환율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게 되자 해외 투자도 신중해졌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S&P500지수가 아무리 장기 우상향하더라도 달러 가치 하락이나 원화 가치 강세로 환율이 떨어지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지원 기자·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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