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히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5)에 총출동한다. 항암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주요 임상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국내 기업들도 기술이전과 파트너십 논의를 활발히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29일(현지 시간)부터 다음달 2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ASCO 2025가 열린다. ASCO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힌다. 매년 전 세계 120개국 400여개 이상 기업이 참여하고 4만여 명의 학계·업계 관계자들이 참관해 연구 성과 등을 공유한다.
매년 4월 열리는 AACR이 전임상 및 초기 연구 중심이라면 ASCO는 주로 2상·3상 등 후기 임상 데이터와 상업화를 눈 앞에 둔 약물이 공개된다. 기술이전 등 실질적인 사업 기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학회다. 실제 유한양행(000100)과 존슨앤드존슨(J&J)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병용요법이 지난해 ASCO에서 최우수 연구결과(Best of ASCO)로 선정된 후 두 달 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올해 가장 주목 받는 발표는 미국 머크(MSD)와 길리어드가 공동 진행한 삼중음성 유방암(TNBC) 병용요법 3상 결과다. 면역항암제 '키투루다'와 TROP2 표적 ADC '트로델비' 병용한 1차 치료에서 생존 개선 효과를 보인 바 있다.
국내 기업들도 대거 참여한다. 루닛(328130)은 인공지능(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총 12편의 연구 초록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일본 최고 암 전문 병원인 일본 국립암센터(NCCE)와 공동으로 진행한 2건의 연구가 관심을 끈다. 온코닉테라퓨틱스(476060)는 차세대 이중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네수파립’ 관련 2건의 임상 데이터를 발표한다. 전이성 췌장암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1b·2상 임상 중 1b 단계 ‘진행 중 임상’, 자궁내막암 환자 대상 연구자 주도 임상 2상 진행 중 임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한양행 자회사 이뮨온시아는 면역관문 단백질 CD47을 타깃하는 단클론항체 ‘IMC-002’의 임상 1b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LG화학(051910)은 미국 자회사인 아베오(AVEO)를 통해 자체개발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티보자닙)’의 최신 데이터를 발표한다. 박재은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ASCO 발표는 단순한 학술 발표를 넘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첫 관문"이라며 "후기 임상 결과 중심의 발표가 많아 파이프라인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술 이전이나 투자 유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