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의 수사가 관련 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재계와 금융투자 업계 등에서 “지나친 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김건희 여사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투자 결정을 하지도 않은 기업 총수들을 일정 조율도 없이 무작정 소환하는 것이 ‘망신 주기’ 아니냐는 지적 또한 있다. 일반적인 수사에서는 실무자 먼저 조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최고경영자를 조사하지만 수사 초기부터 총수를 소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의 무리한 수사에 로펌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16일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소환을 두고 사측과 일정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김 창업자는 17일 출석을 통보받았다. 17일 오전 10시에는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윤창호 전 한국금융 사장이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해외 출장으로 21일 조사를 받기로 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 측근인 김 모 씨가 설립에 관여한 모빌리티 벤처기업 IMS에 HS효성·카카오모빌리티·키움증권·신한은행·한국증권금융 등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184억 원을 투자한 것과 관련한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 특검은 김 씨가 김 여사와의 관계를 앞세워 일종의 ‘오너 리스크’가 있는 기업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HS효성·카카오모빌리티 등의 기업들이 윤석열 정부의 수혜를 기대하고 김 씨의 보유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부실 기업 의혹을 받는 IMS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와 관련해 기업 총수들부터 소환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HS효성·카카오모빌리티 등이 2023년 단행한 당시의 투자 결정은 기업 규모 대비 소액 투자다 보니 최고경영진까지 보고되지 않는 전결 처리 사항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펀딩에 관여했던 투자 업계 관계자는 “당시 (각 기업당) 20억~30억 원 규모의 투자는 본부장 수준의 결정 사항”이라며 “키움증권의 경우 10억 원 정도로 본부장 수준에서 승인이 난 것으로 윗선은 아예 모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증권금융과 IMS 사이 사채 거래 의혹 또한 IMS가 보유하고 있는 렌터카 자산을 담보로 한 일반적인 차량 담보대출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거래는 10년간 한 번도 연체가 없었던 우량한 거래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펀드에 출자를 결정한 한 기업 실무자는 “IMS 투자는 (우리 회사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해 당시 성과를 인정받았지만 현재는 전 대표가 특검에 출석하는 일이 벌어져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통상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이 같은 의혹을 조사할 때는 실무자→관리자→최고 의사 결정권자 순으로 소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반대로 총수나 전 대표이사를 먼저 소환하는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당황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편 법원은 이날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김씨의 여권 무효화 조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