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후 남은 외화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처분한 이용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얽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한 거래가 범죄 자금의 이동 경로로 활용돼 계좌 사용이 중단되거나 전자금융 접근이 막히는 등 중대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은 여름철 휴가 수요로 인해 외화 개인 간 거래가 활발해진 틈을 타 이를 악용한 사기 범죄가 급증하면서 금융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중고거래 앱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외화 매매 과정에서 판매자가 범죄 수단으로 이용되는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는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해외에서 사용하고 남은 미 달러화를 중고거래 플랫폼에 내놓았다. 이 거래에서 A씨는 구매자로부터 원화를 입금받은 뒤 외화를 넘겼지만, 해당 금액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송금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A씨 명의 계좌는 ‘사기 연루 계좌’로 지정돼 전자금융 서비스 이용이 차단됐다.
경기 지역의 B씨 역시 유로화를 판매하던 중 동일한 수법에 휘말렸다. 구매자는 거래 직전 B씨의 계좌로 돈을 보내고는 제3자를 통해 외화를 전달받았다. 이후 해당 거래 대금이 보이스피싱 피해자 자금으로 확인돼 B씨 역시 금융 거래 제한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사기 조직이 실제 환율보다 높은 금액을 제안하거나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를 유도하며, 판매자의 경계심을 무너뜨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직접 거래가 어렵다며 제3자를 지인으로 위장해 대신 보내는 방식이 반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범죄에 연루될 경우 해당 외화를 건넨 사람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계좌 지급정지 △전자금융거래 제한 △거래대금 강제반환 △최장 3년간 금융거래 제약 등 여러 제재를 받는다. 고의가 없더라도 피해금 입금 사실만으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금감원은 강조했다.
금감원은 개인이 외화를 거래할 땐 반드시 외국환은행이나 등록 환전영업자를 이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모르는 계좌에서 높은 금액이 입금되는 경우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현금화가 쉬운 귀금속, 상품권, 고가 명품 등의 품목도 유사한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아울러 금감원은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 운영사와 협력해 의심스러운 외화 관련 게시물과 사기 계정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안내 기능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