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항상 고객 입장에서 디테일 승부…과자 통해 행복 팔 것"

[서경이 만난 사람 -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초콜릿 주입구 등 작은부분까지 점검

소비자에 '엔돌핀 주는 과자'가 목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1일 경기도 양주에 자리한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1일 경기도 양주에 자리한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2005년 제과 업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국내 제과 업계 4위였던 크라운제과가 2위인 해태제과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부도 처리된 크라운제과가 법원 화의를 조기 졸업한 지 1년 만이었다. 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집어삼켰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이 같은 업계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곧장 해태제과 주력 제품의 생산 효율 높이기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오예스’였다. 오예스는 여타 과자류 대비 수분 함량이 높아 여름철에는 품질 관리가 어려워 생산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3개월가량 생산이 중단되다 보니 생산 효율도 뚝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윤 회장은 오예스 생산라인을 크라운해태제과 대전공장으로 이전하고 생산 과정도 대폭 개선했다. 유통기한을 기존보다 단축하고 위생 기준도 더욱 엄격하게 적용했다. 그 결과 오예스는 1년 내내 생산되는 것은 물론 현재도 연 매출 500억 원을 내는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기술 부족보다는 관리 미비로 발생하는 문제라는 점을 파악한 뒤 생산 공정을 보다 철저하게 적용했다”며 “현재도 매출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오예스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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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스의 매출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크라운해태는 복수의 지점을 가진 제주도의 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와 오예스 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크라운해태가 제공하는 오예스를 이 카페의 파티셰가 토핑 등으로 다양하게 재가공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회장은 “제주도에 약 1만 개의 카페가 있는 만큼 앞으로 구매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향후 제주를 벗어나 서울·부산 등으로도 넓히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든의 나이에도 자사 제품을 즐겨 먹는다는 윤 회장은 최근 프로야구 인기에 힘입어 ‘야구장 필수템’으로 꼽히는 ‘홈런볼’을 언급하며 제품 디테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홈런볼을 먹을 때 초콜릿 주입구가 과자의 머리 부분에 있는지, 배 부분에 있는지를 항상 체크한다”며 “주입구 위치가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른 느낌을 받고 결국 제품 경쟁력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맛동산도 디테일을 변화시킨 사례다. 맛동산은 긴 밀가루 반죽을 잘게 자르는 방식으로 생산하는데 반죽이 서로 엉겨붙지 않게 하기 위해 밀가루를 뿌리는 과정을 거친다. 윤 회장은 생밀가루를 뿌리면 과자의 고소함이 줄어든다고 판단해 밀가루를 볶은 뒤 뿌리도록 했다. 그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변화이지만 이런 부분까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웃어 보였다.

윤 회장은 과자가 어린 아이들이나 먹는다거나 건강에 좋지 않다는 식으로 폄하되는 것에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과자가 비만과 아토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현실을 타개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편견이 계속되면서 앞으로 몇십 년 후에는 과자 산업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자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과자 산업의 본질은 ‘꿈과 행복을 파는 일’인 만큼 소비자들이 꿈을 찾고 즐길 수 있는 과자를 만들고 싶다”며 “혁신적인 신제품과 엔돌핀을 주는 과자로 고객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일관된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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