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천총기사건에 경찰 미온적 대응… 내부선 자성의 목소리 [채민석의 경솔한이야기]

"통상 살인 발생하면 서장 출동"

당시 현장에 지휘관 출동 안 해

경찰청, 연수서 진상조사 착수

경찰 관계자 "징계 피하지 못할 듯"

인천 송도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A씨가 30일 인천 논현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지난 20일 인천 송도동 모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 B(33)씨를 살해하고 서울 자택에 인화성 물질과 발화 타이머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인천 송도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A씨가 30일 인천 논현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지난 20일 인천 송도동 모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 B(33)씨를 살해하고 서울 자택에 인화성 물질과 발화 타이머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인천 송도 국제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사제 총기 살인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매뉴얼대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내부에서는 ‘지휘관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잘못’, ‘특공대를 기다리느라 진입이 늦어진 것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등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0일 오후 9시 30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신도시의 한 아파트 33층에서 60대 아버지 A 씨가 30~40㎝ 크기의 사제 총기로 쇠구슬 여러 개가 들어 있는 산탄을 아들 30대 B 씨에게 2회 격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은 A 씨의 생일로 당시 B 씨와 B 씨의 아내, 아들 2명, 지인 1명 등 6명이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한 뒤 사제 총기를 챙겨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B 씨의 아내가 신고한 시점으로부터 72분 만인 오후 10시 43분에 경찰이 현장으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B 씨의 아내는 당시 “남편이 총에 맞았으니 빨리 와달라”, “아버지가 밖에서 총을 들고 있다”고 경찰의 빠른 대응을 요구했다. B 씨의 아내는 사건이 발생한 장소의 주소와 상황을 말했지만 경찰은 계속해 B 씨의 아내에게 피의자의 위치를 묻는 등 계속해 질문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과의 통화에는 B 씨의 아내가 A 씨의 총격을 피해 자녀에게 ‘방으로 들어가라’고 말하는 내용도 고스란히 들어갔다.

B 씨의 아내는 경찰에게 진입을 요구하며 문을 열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경찰은 테라스 등 다른 진입 통로를 확인했다. 모든 상황을 확인한 경찰이 B 씨의 아내에게 ‘현장에 있는 경찰이 전화드릴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그 뒤로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A 씨의 아내가 두 차례, 이웃 주민들이 4차례 112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9시 56분 마지막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가량 지난 뒤인 10시 43분에 현장에 진입했다. 총격을 당한 B 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A 씨는 이미 도주한 상태였다.

지난 21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아들을 사제총기로 살해한 뒤 체포됐다. 경찰이 21일 집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서울 도봉구 피의자 자택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1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아들을 사제총기로 살해한 뒤 체포됐다. 경찰이 21일 집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서울 도봉구 피의자 자택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A 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도 지연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매뉴얼에 따르면 코드0가 발령되면 상황관리관이 초동대응팀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어야 하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살인사건이 발생할 경우 서장이 직접 현장에 가기도 하지만 서장 또한 현장에 없었다.

관련기사



결국 피의자에 대한 위치 추적 지령은 최초 신고 접수 98분 만인 오후 11시 9분께 이뤄졌다. A 씨는 범행 직후 아파트 1층으로 내려와 도보로 공용주차장으로 이동, 자신이 타고 온 렌터카를 이용해 도주했다. 경찰은 특공대 등을 투입하는 한편 연수경찰서, 서울 방배·도봉경찰서 등 관계서 공조를 통해 미사리 또는 한강으로 도주하려던 A 씨를 다음날 새벽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살인 및 총포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아파트에 21일 정오에 폭발하는 사제 시한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급히 같은 날 새벽 3시 54분께 A 씨의 자택을 찾아 20여 분 만에 폭발물을 제거했다. 조금만 더 늦었거나 A 씨의 진술이 없었으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실은 서울 지역 모든 경찰서에 A 씨의 주거지 확인을 지시했으며, 도봉경찰서 지휘관 역시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 지휘관급 경찰관은 “보통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서장이 이유를 막론하고 현장으로 뛰쳐 나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피해자 가족들이 신고를 하며 애원을 했음에도 진입도, 지휘도 모두 늦어졌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이 경찰이 잘못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인천 연수서를 상대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초동대처가 매뉴얼대로 이뤄졌는 지, 미흡한 점이 있었는 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연수서 관계자들에 대한 징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경찰관은 “백번 양보해서 피의자가 총기를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현장 진입이 늦어졌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피해자들이 지속적으로 애원하며 진입을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현장에 지휘관이 없었다는 것도 징계를 피할 수 없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채민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