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이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상승장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팔아 치우고 하락장에서 수익이 나는 상품을 대거 순매수하며 투자 전략이 바뀌었다. 국내 증시가 증세와 관세라는 ‘이중고’에 시달리자 최대 5000억 원에 달하던 순매수세를 접고 단기 조정에 대비하기 시작한 셈이다. 증권가도 코스피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세제 개편 실망감에 따른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외국인투자가의 거래량 상위 ETF를 살펴보면 ‘코덱스(KODEX) 인버스’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반면 ‘코덱스 레버리지’는 순매도하는 상반된 투자 전략을 펼쳤다. 코덱스 인버스는 하락장에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반대로 코덱스 레버리지는 코스피 일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해 상승장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매수한다.
외국인투자가는 코덱스 인버스를 지난달 31일과 8월 1일 각각 32억 원, 79억 원 순매수했다. 반면 코덱스 레버리지는 7월 31일 4억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이달 1일에는 69억 원어치를 팔아 치우며 순매도세를 키웠다. 7월 31일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날이자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범위(50억 원→10억 원)를 확대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날이다. 이달 1일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가 최대 낙폭(-3.88%)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인버스를 순매도했지만 7월 30일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지난달에만 6조 원가량을 순매수한 유가증권 시장 ‘큰손’인 외국인투자가가 ‘코스피 조정론’을 근거로 ETF 투자 전략을 다시 짰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기관투자가도 외국인투자가처럼 코스피 하락장을 예상하며 ‘인버스 ETF’를 사들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7월 31일과 8월 1일 각각 49억 원, 189억 원 순매수했다. 코덱스 레버리지를 각각 967억 원, 1914억 원 팔아치운 것과 상반된다.
다만 개인투자자는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코스피지수 급락 폭이 컸던 만큼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라 레버리지 ETF를 집중 매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개인투자자는 7월 31일 코덱스 인버스를 94억 원 순매도하는 대신 코덱스 레버리지를 973억 원 순매수했다. 8월 1일에도 코덱스 인버스를 249억 원 팔아 치우고 레버리지 상품을 1914억 원 사들였다.
코스피지수는 올 상반기에만 30% 넘게 급등했지만 상호관세 여파와 세제개편안에 대한 실망감이 겹치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상승분 반납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의 거센 반발로 여당이 대주주 기준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제로는 추가 증시 활성화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소폭 오른(0.91%) 3147.75에 장을 마감했지만 외국인은 833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최근 2거래일간 (7월 28일·29일) 평균 순매수 규모(5424억 원)와 비교하면 훨씬 적은 수준이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본부장은 “국내 주식시장과 ETF 시장은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이는데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사고파는 단기 움직임이 빨리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증권가에서도 코스피 전망치 하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원안(25%) 수준으로 되돌리지 못하면 당초 제시한 코스피 상단(3710)이 3240 선까지 조정될 것으로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