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시장 심리 거스른 ‘대주주 기준 변경’ 투자자 이탈 우려된다

이형일(가운데) 기획재정부 1차관이 7월 29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 세제 개편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형일(가운데) 기획재정부 1차관이 7월 29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 세제 개편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대주주 기준 변경’ 세제 개편안 여파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낮추는 개편안에 투자자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 자제령을 내리며 수습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민주당은 10일 열리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주주 기준에 관한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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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이후 무섭게 치솟았던 코스피는 이달 1일 4% 가까이 급락한 후 상승 탄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장 기대에 어긋난 세제 개편안에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세제 개편안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반응도 차갑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국회 청원에 14만 명 넘게 동의했다. 7일 범여권 단체 등과 공동 주최한 세제 개편안 토론회에 불참한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은 논란 속에 변경이 거듭된 해묵은 사안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가 100억 원으로 정한 후 박근혜 정부 때 25억 원, 문재인 정부에서 10억 원으로 내렸다가 윤석열 정부가 50억 원으로 올렸는데 새 정부에서 이를 10억 원 이상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정부는 ‘과세 형평성’ ‘세수 증대 효과’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시장에서는 ‘투자자 이탈’ 우려가 크다. 실제로 2017년과 2019년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시행 전에는 5조 원 안팎의 매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상하려는 정부 계획도 증시와 실물경제에 겹악재가 될 수 있다. 대미 수출에서 15% 관세 부담까지 더해진 가운데 기업의 탈(脫)한국을 부추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소액 주주 보호를 위해 상법 개정을 추진해놓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세제 개편을 강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부자 증세’라는 정치적 논리에 금융 시장 정책이 춤추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재명 정부가 핵심 공약인 ‘코스피 5000’ 목표를 실현하려면 기업 부담 가중 등 부작용과 투자 심리 위축을 초래하는 이율배반적인 세제 개편을 재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무리한 증세로 기업 부담을 늘리기보다는 시장의 의견을 적극 살피며 민간 투자 활력을 되살리는 데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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