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두 번째 만남을 갖는다.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17일 ‘한미 동맹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지난달 한미 양국 대통령이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말하고 싶다”며 “경주 APEC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미 양국이 첫 백악관 정상회담의 성과를 공유하면서 협력적 관계와 정상적 소통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
이젠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보다 포용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진전시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이며 2019년 6월 이후 6년 4개월 만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 정상 간의 만남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관세 협상의 난제들을 해소할 계기를 한미가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특히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은 상호 이익의 관점에서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접점을 찾아야 한다.
물론 당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반도체는 더 낼 수 있고, 의약품도 더 낼 수 있다”면서 한국산 반도체·의약품에 대해 자동차(25%)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 부과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그는 반도체 100%, 의약품 150~250% 관세를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상무부도 이날 연방 관보를 통해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자동차부품 관세의 부과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그래도 중단 없이 대화를 이어가면서 반전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 후속 협상 과정에서는 “우리가 10년, 20년 전에 알던 미국이 아닌 새롭게 태어난 미국을 상대하고 있다”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밝혔듯이 인내심을 갖고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다. 만약 협상이 깨질 경우 한미 모두에 심대한 불이익이 초래된다는 인식을 양국이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주 APEC 참석 결정을 발판으로 관세 협상 후속 논의에도 돌파구가 열리기를 기대한다.